이예은
이예은

표지의 능소화를 다섯 개나 올린 고양이 찐이의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지만 보고 있어도 사랑스럽다. 우리 집 고양이 머리 위에는 꽃잎이 몇 장이나 올라갈까. 찐이보다는 적게 올라갈 것 같다. 올리는 동안 가만히 있어줄지 의문이지만.

사라져가는 골목에서 할머니들과 고양이들의 삶과 우정, 일상의 시간을 그린 책, 귀여운 고양이들 사진은 덤으로 구경할 수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 받으면 빛이 난다. 찐이 할머니의 찐이도, 꽁알이 할머니의 꽁알이들도, 하나할머니의 하나도. 골목에서의 삶을 힘차게 살아가는 고양이들 중 예쁘지 않은 아이가 하나도 없다. 다 예쁘다.

하지만 길고양이의 삶은 너무나 가혹하기에 그들이 예쁜 만큼 가볍지 않은 질문을 맞닥뜨린다. 요즘 뉴스와 동물보호단체들의 활동일지를 보면, 고양이를 향한 혐오범죄가 늘어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삶이 퍽퍽해질수록, 사람이 사람을 향한 범죄도 증가하고, 이제 누구를 만나든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로를 해하는 일도 날이 갈수록 쉬워지고 악랄해지는 것만 같다. 사람에게도 그러니, 그보다 약한 고양이들은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내몰린다.

사라져가는 골목길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그들의 삶을 볼 때, 할머니들과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공존' 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인간으로 우리의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공존하는 삶을 그려나가야 할까. 모든 길고양이를 구조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인간의 삶의 터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무턱대고 그들을 안쓰럽게만 여기란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여기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아주 작은 공간을 허락해줄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적어도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보다 작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해치지 않고, 혐오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내몰지 않았으면. 그냥 봐도 예쁘지만 자세히 보면 더 예쁜 생명들이 아닌가.

이 책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의 공간을 조금 내어주고 고양이들을 들여다보는 할머니들의 표정에서 행복이 느껴진다. 사랑받는 것만큼 나눠주는 행복도 큰 법, 하지만 고양이들은 언제나 몇 배로 돌려준다.

조금 더 많은, 세상의 고양이들이 사랑받기를 희망한다. 그들의 씩씩한 삶이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와 잘 어우러지기를, 살아가기에 조금 더 안전해지기를. 예뻐해주고, 아껴주고, 그들의 삶의 공간을 인정해주고,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나가기를.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세상이 되어 가면 좋겠다.

고양이와 할머니
고양이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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