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이 시인이 아닌 평론가로서도 인정받았다.

최근 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제32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이 관장을 선정했다. 대전·충청권 문인 중 첫 수상 사례다.

김달진문학상은 월하(月下) 김달진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시 창작과 평론을 통해 인간에게 고유한 정신과 얼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둔 정신주의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시인, 평론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 관장은 문학상 수상에 대해 기쁨보단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한편으로 평론상을 뺏어온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는 “평론집으로 받는 상이라 매우 감개무량해요. ‘저 시인은 평론을 곁다리 식으로 하는 것’이란 주변 인식을 허물고 평론가로서 인정을 받는 기분이죠.”란 소감을 전했다.

그는 따뜻한 시인이자 날카로운 비평가다. 이번 수상작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에서 정신의 깊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사유를 확장하면서 시와 시인의 정신이 맺는 관계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관장은 본래 시인이고 시 쓰기를 좋아했지만 시인들을 문단에 보내며 자연스럽게 평론을 겸했다. 많은 시집에 해설을 쓰고, 무크지 ‘삶의 문학’, ‘세종시마루’를 주관한 것도 평론가 활동에 불을 지폈다.

특히 그는 시인들도 평론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를 잘해야 자신만의 시 시계를 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평론을 통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실사구시의 시작입니다.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옳은 것을 추구하며,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시인이라고 시만 잡는 게 아니고 타인의 작품을 통해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죠.”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문인들의 역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인들이 정밀한 정서를 가지면 언어를 섬세하게 부릴 수 있어 독자들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않고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각자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저마다의 넓이와 폭, 깊이가 있어요. 높은 사람이 깊고, 깊은 사람이 넓죠.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잘 통제하고 다듬냐에 따라 결정되는 일인데 그것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게 바로 시와 시 창작입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 관장은 평론의 위상이 위축된 현실이 아쉽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예부터 비평가로서 명성을 얻기는 참으로 힘들었어요. 지난 90년대까지 평론은 국민들의 의식을 끌어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 그 입지가 다소 줄어들었죠. 작품을 정밀하게 해석하고 의미를 밝히는 정도의 역할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시상식은 오는 10월 2일 경남 창원시 김달진문학관 생가 마당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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