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매장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꾸미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그림책 전문서점 '프레드릭 희망의 씨앗' 송희숙 대표와 책방생활 이야기를 나눠봤다. 

송 대표가 서점을 여는 데는 딸의 영향이 컸다. 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송 대표의 딸은 책을 읽는 기쁨을 자신의 아이에게도 전하고 싶었지만 막상 찾아보니 아이와 함께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된다는 명쾌한 결론에 모녀는 의기투합했고, 그렇게 그림책 전문 서점이 탄생했다. 

프레드릭 희망의 씨앗이라는 이름은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에서 기원했다. 책은 식량을 모으는 대신 늘 사색에만 빠져 있던 생쥐 프레드릭이 추운 겨울 식량이 동나자 모아 둔 이야기로 다른 생쥐들의 추위와 허기를 달래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대표는 여기에 서점을 찾는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싶다는 마음까지 덧붙였다. 그는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따스하게 웃었다. 

 

'프레드릭'과 그를 본따 만든 인형들. 안민하 기자
서재 한켠에는 '프레드릭'과 프레드릭을 본따 만든 인형들이 놓여 있다. 안민하 기자
서재 한켠에는 '프레드릭'과 프레드릭을 본따 만든 인형들이 놓여 있다. 안민하 기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들에게 좋은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뿌듯함으로 서점을 운영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결심도 했다. 아쉬워하는 몇몇 단골의 제안으로 서점은 여럿이 공동 운영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조합은 지난 2019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그는 ”포기하려다 전문직 요원을 모집할 수 있는 여건이 돼 공고를 냈는데 다행히 책을 너무 좋아하시는 선생님이 오셨다“며 ”사업을 잘 따 오셔서 코로나인데도 매출이 늘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리 말하는 송 대표의 표정은 아주 밝지만은 않다. 아직 힘든 시기가 완전히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세 걱정은 덜었어도 월세를 지불하는 것만으로는 자리를 지키는 것 외의 일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서점 프로그램으로 그림책을 통한 테라피,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두명 씩 짝을 지어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하브루타'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강자가 줄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안 하는 줄 안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적모임 금지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전문 강사를 초빙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사적모임으로 분류돼 위법이다. 강사를 초청하면 해결된다 생각하기 쉽지만 초청비가 걸림돌이다. 송 대표는 ”작가와의 만남 같은 프로그램을 열 때도 작가 초청 비용이 많이 든다. 최소 30만 원, 멀리서 오면 40만 원인데 판매 매출만으로 드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대전시에 바라는 게 이것이다. 지역서점에서 작가와의 만남 등 문화프로그램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해주면 서점주와 서점을 찾는 시민, 작가와 지역서점인증제를 진행하는 시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송 대표는 ”작가를 초청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 준다면 오시는 분들은 한두 권씩 부담없이 사고 싶은 책을 한두 권 사가고, 그렇게 하면 오시는 분들도 좋고 저희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힘은 들어도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 언 땅에 묻힌 씨앗이 겨울을 이기고 봄날의 싹으로 자라나듯 지역서점들도 그러하리라는 희망이 아직 남아있다. 한창 진행 중인 지역서점인증제에 관해 송 대표는 “시가 안정된 판로를 확보해서 지역서점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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