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의 수요일' 저자 윤미향

"나는 그때 아직 열두 살이었습니다. 뭐가 뭔지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너무나 무서웠는데 그는 나를 바닥에 눕혀 짓누른 채 칼로 내몸에 상처를 냈습니다. 나는 피를 흘렸는데 그는 바지를 벗어 버리고 나를 강간했습니다. 내가 피를 흘리며 우는데도 그는 나를 강간했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가네무라'라는 군인이 들어왔는데, 가네무라는 나에게 조선 여자라며 욕을 퍼부었습니다. 내 옷을 벗겨 알몸을 만든 후 그 남자도 칼로 내 몸, 특히 가슴 부근에 상처를 냈습니다. 내 몸을 보면 온 몸이 상처 투성이 입니다."

열두 살때부터 '위안부'에 있었던 김영숙 할머니의 증언이다. 열두 살은 여자에게 꽃답다는 표현이 무색할정도로 어린나이다. 그렇게 이 땅의 많은 처녀들이 꽃처럼 아름다운 나이에 일본군의 성적 노예가 돼 자신의 젊음을 짓밟히거나 혹은 마감했다.

'25년간의 수요일'은 수요집회가 열렸던 지난 25년간의 수요일에 대한 이야기다.

수요집회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그 부당함을 규탄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집회다. 정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다.

​​이러한 배경으로 전장의 일본 군인들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그들은 그 종사자들을 '위안부'라 불렀다.

​우리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2년 1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수요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기 싫은 소녀의 삶을 망가트리고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보며, 새삼 그릇된 가치의 단단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할머니들은 끊임없이 일본에게 말한다.

우리의 젊음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었기에 지난 일에 대해 사과 받을 자격 또한 충분하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의기억연대 대표였던 윤미향 저자는 책 말미에 말한다. 28년 동안 일본 정부를 향해 외쳤던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책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진정성 있는 사과에는 지난 과오에 대한 참회가 필요하다. 늘 남에게 요구했던 강도 높은 반성이 막상 우리 일이 되고 나니 움찔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된다. 자신의 과오도 인정할 줄 알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외쳤던 시간을 이제는 우리에게 돌려야 한다.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보다 알면서 행하는 죄는 분명 그 무게의 경중이 다르다. 이 책의 저자이자 28년 간의 수요일을 책임지고 있는 정의연 전 대표의 말 또한 온전히 믿고 싶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달려 온 그들의 따뜻한 시간을 마음을 다해 존중하고 싶다. 어린 소녀에서 이 땅에서의 삶을 다하고 가는 발걸음까지 진정어린 사과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을 대신해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 한 정대협과 정의연이 세상 어떤 것보다 그들의 삶에 큰 위로였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