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 싸움에 경제 서적 한 권이 대박 났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인사들이 ‘기본소득’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제학 서적 한 권이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화제의 경제학 서적은 지난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 부부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지난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교수 부부의 책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을 근거로 ‘기본소득’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수일째 싸움을 벌이면서 일반 독자들도 ‘기본소득’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이 지사는 SNS를 통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베너지 교수와 사기성 포퓰리즘이라는 유승민 전 의원 모두 경제학자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라며 “베너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이고, 유 전 의원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다선 중진 국회의원임을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썼다. 유 전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이 지사가 책 내용과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며 “책은 읽어봤냐”는 말로 즉각 반박했다. 

특히, 윤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알면서 치는 사기냐, 책은 읽어봤냐”고 반박하며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 배너지·뒤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해당 책의 국내 번역본 503~516페이지 중 일부를 제시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이다.

또 처음 공격을 받았던 유 전 의원은 “누가 써준 대로 페이스북에 올리다 보니 잘못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될 것을, 이제는 하다 하다 안 되니 우리나라가 복지 후진국이라고 우기고 있다”며 “참모들이 써주는 글을 올리는 게 아니라면 생방송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한 권의 경제학 서적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민 윤상한 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이 너무 터무니없는 일들로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 한심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다”며 “한 권의 경제학 서적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싸우는 모습은 그동안 싸움과는 차원이 다른 좋은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민 이현철 씨는 “‘기본소득’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직접 해당 책을 읽어보고 어떤 정치인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저자 아비지트 배너지 교수는 MIT 경제학과 교수로 지난 2019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 2019년에 역대 최연소(1972년생, 만 46세)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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