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는 무려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자리를 굳건히 지킨 서점이 있다. 바로 골드북서점 둔산점이다. 긴 시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점을 운영한 엄일섭 대표와 책방생활 이야기를 나눠 봤다.

1994년 엄 대표가 서점을 인수받을 때는 골드북서점이 아닌 ‘청솔문고’라는 이름이었다. 당시 서울에 있던 골드북서점 본사와 가맹 계약을 맺으며 상호명을 변경했는데, 본사가 문을 닫아 현재 계약이 끊긴 상태지만 상호명을 유지하기로 결정해 골드북서점 둔산점으로 남았다.

27년이라는 오랜 시간 학교 근처를 지킨 만큼 그에게는 아이들과 관련된 추억이 많다. 특히 철없는 마음에 책에 손을 댔던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학생의 어머니가 간곡히 부탁해 하루 동안 서점 청소를 시켰고 이후 그 학생은 단골이 돼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따로 인사까지 하러 왔다. 옛 단골이 찾아올 때마다 엄 대표는 뿌듯하다. 그는 “그랬던 아이들이 벌써 커서 아기들을 안고 인사를 온다”며 “‘아저씨 안녕하세요? 여전하시네요’ 할 때 기분이 좋더라. 바르게 커서 서점으로 인사 오는 것 자체가 고맙다”고 인자하게 웃었다. 

요즘 그는 서점을 특색 있게 꾸미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카운터 근처에 설치된 수족관에서는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라’의 캐릭터들과 같은 종인 물고기를 만나볼 수 있다. 안쪽에는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 수 있는 코너도 비치했다. 그는 “큰 서점에 밀리고 온라인서점에 밀리고 하다 보니 특색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 만들어 놓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특색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은 이상 어렵겠다 생각했다”고 씁쓸해했다.

 

서점 내 수족관을 소개하는 엄일섭 대표. 골드북서점 둔산점에서는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안민하 기자
서점 내 수족관을 소개하는 엄일섭 대표. 골드북서점 둔산점에서는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안민하 기자

그의 말처럼 특색을 갖추지 않고는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기 어려운 요즘이다. 그가 서점을 인수받은 1994년엔 서점이 300군데 정도 있었지만 온라인서점, 대형서점이 들어서며 전통적 형태의 서점은 대폭 줄어들었다. 그가 지역서점인증제 시행을 반가워하는 이유다. 엄 대표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시에서 서점에 신경을 써주는 데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지역 도서총판업이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는 “많은 서점이 서울 업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 총판들은 굉장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지역총판이 없어져 버리면 책을 받는 데 한계가 생기는 만큼 지역 총판이 잘 돼야 서점도 잘 된다. 시에서 인증서점이 지역 내 도매를 이용하게끔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손님들이 ‘사장님은 오래 하시는데 꼭 남아달라’고 얘기한다. 옛날엔 서점을 보기 쉬웠지만 지금은 동네에 서점 하나가 없어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집앞에서, 동네에서 책을 살 수 있도록 여러 책을 비치하고 오래 보유하는 게 지역서점의 역할”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서점 안쪽에는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구비된 종이 위에 캘리그라피 글자가 새겨진 도장을 찍으면 된다. 안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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