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 알고 있다는 느낌, 미래에서 나를 과거처럼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묘한 감각이 일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는 이 회사에 다니지 않는 때가 온다면, 그리고 그때 이곳을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게 아니라 정확히 바로 지금 이 장면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 나는 지금 이 순간의 한복판에 서서 이 순간을 추억하고 있었다"

 

'달까지 가자'는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세 직장동료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의 일상과 우정을 그린다. 브랜드실 스낵팀의 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은상 언니, 회계팀의 지송은 각각 경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서로를 ‘동기’라고 생각하는 사이다. 

인사평가는 늘 ‘무난’을 넘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의 월세에 살며,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고작 달달한 디저트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다해와 지송은 평소 감정의 동요가 별로 없는 은상 언니에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기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무슨 일인지를 추궁하다가 은상이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상은 다해와 지송에게 이더리움 투자를 함께하자고 설득하지만 지송은 단번에 거절하고, ‘우리 같은 애들’한테는 이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은상의 말에 다해는 흔들린다. 다해는 이사 준비를 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방을 본 것을 계기로 보증금과 월세가 조금 더 비싼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적금을 깨고 가상화폐를 시작하게 된다.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에서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