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절대 안 되는 것도 있구나, 그 말은 무슨 뜻이었어? 내가 그런 말 했어? 게임하다가 그런 말 했잖아. 아, 기억난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으니까. 그니까 너도 너무 열심히 살지 마. 해도 안 되는 게 널리고 널렸어. 세상에 노력해서 되는 건 그나마 게임 정도일걸. 그마저도 엄청 허무해."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는 주로 예술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예술가 혹은 예술가연 하는 사람에 대한 허위를 가감 없이 들추어낸다. 

자기기만과 찌질함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예술가-중년-남성을 통렬하게 풍자하며 “지금 자기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대사를 뱉고 있는 사람의 벌거벗은 임금님적 순간”(발문, 오지은 뮤지션·작가)을 집어낸다. 

그리고 드러나는 건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여성에 대한 일상화된 젠더 폭력이다. 하대나 타자화, 가십의 대상이 되는 여성들. 작가는 이 문제의식 속에서 거침없는 입담으로 에피소드들을 엮어내며 독자들에게 읽는 쾌감을 선사한다.

또 이렇듯 환멸과 냉소 그리고 온기를 다 머금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가 그려낸 현실과 인물은 깊은 몰입감을 자아내면서 탈출구 없는 시절의 감수성과 탈출구에서 뻗어준 손의 감각을 독자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배기정의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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