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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편들로 시대가 맞닥뜨린 상처를 직시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있다. 백명자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백 시인은 수십 년간 외롭지만 지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목소리를 낸다.

그는 관능 감각 이상으로 빛나는 인간적 감격과 정신적 고양의 시 세계를 표현한다.

특히 대단히 주관적이지만 백 시인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 중이다.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영상을 보는 듯했던 그와의 만남을 기록해본다.

백명자 시인
백명자 시인

◆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

백 시인은 어려서부터 일기 쓰기를 좋아했다. 무슨 내용이든 메모장에 끄적이고 습관처럼 책을 곁에 뒀다. 자연스레 문학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는 시를 “사물을 보는 느낌에 나를 대입하는 과정이에요. 계절적인 차이를 글로 표현하고 그 온도를 조절해가며 한 편의 시를 완성합니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혼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걸어갈 때 자연스레 다가오는 시상을 놓치지 않는다. 조그마한 재료를 무시하지 않고 소중하게 다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써온 백 시인이지만 더 많은 시를 쓰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그는 “삶을 살아가면서 제게 다가온 시들이 참 많아요. 모든 것을 껴안아 시로 만들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그건 제 욕심이겠죠. 앞으로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선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 그.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대한 질문에 독자라고 답한다. 백 시인은 “시를 쓸 때 제 글을 읽을 사람들의 표정, 감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눈을 맑게 하고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시가 되길 바라죠. 읽은 후 한 번쯤은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게 창작이라 생각해요.”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읽히고 소통할 수 있는 시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종종 시속에 화자가 구경꾼으로 전락해버려 공감대를 낮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백 시인은 “참신한 은유로 독자들과 교감을 해야 하는 점이 부담일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큰 짐을 내려놓고 함축된 상큼한 시어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 부여에 우뚝 세워질 그의 흔적

충남 부여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보면 볼수록 빛나는 곳마다 백 시인의 흔적이 남겨질 예정이다. 버들가지가 흩날리는 서동공원에 그의 시비(詩碑)가 세워지는 것이다.

그 소감에 대해 백 시인은 “백제는 삼국시대 중에 찬란한 문화적으로 뛰어났어요. 백제의 천년고도 부여에 시비를 조성할 계획이죠. 시인으로서 너무 감격스럽고 행복합니다. 시비가 학문적으로나 문학에 심취한 문인들의 표상이 되길 바라요.”라고 전했다.

시비 조성으로 인해 백 시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시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더 투철해진 것이다. 그는 “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더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시를 써야겠죠. 정보화 시대에 살며 어느 시대보다 호화를 누리는 사람들 뒷전에는 여전히 어둡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밝은 눈이 돼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백 시인은 문인들의 역할에 대한 소리를 높인다. 코로나19, 빈부격차 등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글로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고된 불행은 하나도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마을 둘 곳을 모르는 이웃들을 보듬어줘야 해요. 문인들이 좋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책과 이어주는 연결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글로만 쓰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단체가 많아지길 바랍니다.”라고 희망했다.

◆ 백명자 시인은?

백명자 시인은 지난 2007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질경이의 기도’, ‘꽃불’, ‘죽지 않는 나로 살게 하소서’ 수필집 ‘토씨 가족과의 술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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