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앞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표지 일러스트였다. 그렇게 오로지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종이를 한 장씩 넘겼고 잊을만하면 또 다른 삽화가 나를 반겼다.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삽화의 감성은 텍스트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글을 읽는 내내 편안하고 포근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제목인 '호텔 선인장'은 아파트 이름이다.

굉장히 독특한 이름을 가졌지만 여느 아파트와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하다. 여기엔 모자, 오이, 2라는 주인공들이 살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별명이 아니라 정말 모자, 오이, 2 그 자체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이 세 단어처럼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도 강하다.

자기 공간에 갇혀 늘 독서를 하는, 어릴 적 자신을 무척 사랑해준 할머니와 헤어진 후 자칭 ‘하드보일드’해진 모자. 운동을 하며 자신의 초록 피부를 더욱 짙게 만들고 낙관적이며 가족과 친구를 소중히 하는 오이. 분명하지 않은 것을 못 견뎌 하고 예민하고 소심한2.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책 '호텔 선인장'은 보잘것없지만 한편으론 특별한 그들의 일상을 잔잔하고 가볍게 풀어내고 있다.

어쩌면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추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각자 다른 태도와 가치관을 지니고 있지만 함께 어우러져 우정과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고 그러한 과정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책을 읽으면서 따뜻한 삽화와 함께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관계들 속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호텔 선인장
호텔 선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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