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책방생활] 먹거리로 사람을 잇는 공간, 대전 유성구 '우분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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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책방생활] 먹거리로 사람을 잇는 공간, 대전 유성구 '우분투북스'
  • 안민하 기자
  • 승인 2021.05.22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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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동부 반투족 언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
먹거리라는 주제로 엮은 책방

‘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우분투’라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동부 반투족의 언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공동체정신과 공유정신을 의미하기도 하는 이 말은 건강한 책과 먹거리를 매개로 도시와 농촌을 잇고자 하는 공간에 더없이 어울린다. 먹거리를 주제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대전 유성구의 독립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에게 책방생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지난 2016년 문을 열어 올해 5살을 맞이한 우분투북스는 어떻게 보면 한 잡지사로부터 시작됐다. 식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사에 근무하던 그는 이후 건강과 음식을 메인으로 다루는 출판사에서 일하게 됐다. 주로 대체의학, 건강 관련 책을 출판하며 교정·교열 작업을 맡으면서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대표는 “그때가 3~40대를 넘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건강 문제에도 고민이 깊던 시절이다. 두 공간을 거치면서 음식, 자연, 건강 쪽에 관심이 생겼다”며 “작은 책방이라는 공간이 모든 책을 들여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주제를 좁혀 보자는 생각에서 내가 여태껏 관심을 가지고 해 왔던 부분 중 잘 할 수 있는 걸 택했다”고 말했다. 

 

 

갈색과 짙은 초록색이 어우러진 실내 공간은 꼭 책으로 이루어진 밀림을 연상시킨다. 다양한 생물이 나름의 질서를 이루며 살아가듯 우분투북스의 책들도 공통된 주제로 묶여 있다. 역시 음식과 먹거리다. 그는 “에세이, 소설, 인문학도 갖춰놓는데 같은 에세이라도 음식을 매개로, 같은 문학작품이라도 음식이 얽힌 책으로 색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은 책방에 오는 이들은 크게 세 종류다. 들어와서 쓱 보고 ‘이게 다야?’라 실망하며 나가는 사람, 두세 시간 동안 머물며 관심사에 관련된 책들을 탐독하는 사람, 우연한 기회로 들렀다가 단골이 되는 사람이다. 

단골이 단골을 끌어당기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는 “자주 오시는 손님 중 정원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꽃이라도 해 두면 서점이 눈에 띄지 않을까 하고 이 앞에 꽃들을 관리도 해주고 바꿔주기도 한다”며 “그 세월이 2년인데 어떤 분이 들어오시면서 ’그동안 꽃만 보여서 몰랐는데 서점인 걸 이제야 알았다‘며 막상 와보니 취향에 맞아서 자주 오겠다고 하셨다”고 흡족해했다. 

 

 

지역서점 인증제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우선 그는 “지자체가 서점이라는 공간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고 서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라고 운을 뗐다.

시작과 취지는 좋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이 대표는 “문화적인 서점을 인증하는 과정이라면 격에 맞는 콘텐츠에 대한 기준을 두는 게 맞지 않나”며 “공간도 정리가 잘 안 됐고, 구색도 없고, 문화적인 것도 없다면 과연 그 인증의 의미가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근조근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제도, 프로젝트, 과정들이 만들어질 때 제일 중요한 건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도서정가제로 기울어진 필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다. 책 할인율을 10% 이하로 막아 책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도서정가제의 골자지만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사정은 다르다.

그는 “만 원짜리 책 한 권을 출판사가 온라인서점에 보낼 때는 6000원, 4000원 마진 안에서 무료배송을 할 수 있는데 지역서점은 7000원, 8000원으로 더 낮다”며 “할인에 무료배송까지 얹어주면 사실상 온라인서점이 30~40% 할인을 해 주고 있는 거다. 작은 대안도 필요하지만 공급에서의 공정, 판매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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