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회고록 판매 금지 가처분 기각…다시 판매 하나?
김일성 회고록 판매 금지 가처분 기각…다시 판매 하나?(사진=인터넷 서점)

법원이 북한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소송 비용을 신청인(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신청인들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을 구할 피보전 권리나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했다.

앞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연대'(NPK) 등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된 김일성 일가를 미화한 책이 판매·배포되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인간의 존엄성·인격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한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서적의 내용이 신청인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행위가 신청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해 사전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일성 회고록 판매·배포 행위는 국가가 헌법을 수호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선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신청인들에게 사법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을 저자로 한 8권 세트로 지난달 1일 민족사랑방에서 출간됐다. 하지만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왜곡, 법 위반 등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를 비롯해 예스24, 알라딘 등은 책의 유통을 맡은 한국출판협동조합의 결정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규정이 더 이상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장치로 사용될 수 없음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조만간 서점에서 이 책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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