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가까운책방 내부 모습. 그래픽노블 전문 서점이지만 다른 장르의 책들도 함께 구비돼 있다. 안민하 기자

 

대전 중구 대흥동 카페거리 근처에는 그래픽노블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독립서점이 있다. 좋은 그래픽노블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독립서점 ‘가까운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신일 대표와 책방생활과 지역서점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그래픽노블은 그림(Graphic)과 소설(Novel)의 합성어로 1978년 미국의 작가 윌 아이스너가 처음 사용하면서 하나의 용어가 됐다.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일반 만화보다 텍스트의 양이 많고 소설처럼 기승전결의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평소 그래픽노블을 좋아해 개인적으로 그래픽노블을 모으다 책방을 열게 됐다는 김 대표는 “그래픽노블은 금방 글씨만 읽고 휙 넘겨서는 안 된다. 그림을 읽는 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림도 읽고 글도 읽고, 오히려 우리의 상상을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 그게 그래픽노블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대표가 비거니즘 관련 책을 소개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그의 시선이 그래픽노블에만 가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등 현실적인 문제로 당장은 추진하기 어렵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웹툰 작가를 초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간단히 그리는 ‘생활만화그리기’, 오전에 책을 읽고 내용을 공유하는 ‘책모아(책읽는 모두의 아침)’, 지역 문화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원데이클래스, 출판·유통과 문화콘텐츠 기획을 위한 협동조합 등 무궁무진하다.

특히 그중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이 깊다. 김 대표는 "협동조합에 관해 종교학자, 사회학전공 대학원생, 화가, 소설가, 디자인 교수 등 다양한 이들과 의견을 나눴다"며 ”그런 분들 자체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가능하면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책자를 냈으면 좋겠다“며 ”가능하다면 마을기업까지 가고 싶다“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런 지역 협동조합에서 발행하는 책자는 지역사회 전체에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오랜 신념이다. 김 대표는 그 예시로 서울시 도봉구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책자 ‘정의공주가 알려주는 나랏말싸미 우리말’을 제시했다.

그는 ”도봉구에서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 정의공주를 캐릭터로 만들어 ‘정의공주가 알려주는 나랏말싸미 우리말’을 냈고 정의공주가 주인공인 웹툰도 만든다고 한다“며 ”지금 보문산 개발 얘기가 한창 나오고 있다. 보문산에도 고유 캐릭터를 만들어 소통하고 보문산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연계해 개발하는 일을 협동조합에서 하고 싶다. 시에서도 관심을 가져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도서 생태계’에서의 소통을 강조한다. 저자와 출판사와 유통사, 서점과 독자 모두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이들이 서로 어울리고 시너지를 내야 지역·지역서점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거다. 그는 ”구청, 동, 관광 관련 부서, 문화 부서, 도서관 등 공공의 영역에서 공통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향과 소통의 문제“라며 ”지역서점을 한 부서에서만 담당하면 안 된다. 다른 부서,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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