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젊은 시인이 말하는 문학적 사명감, 강안나 시인을 만나다
상태바
[북터뷰] 젊은 시인이 말하는 문학적 사명감, 강안나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1.05.09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앤북은 매주 문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슬리퍼의 삶-강안나 시인

잔설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시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강안나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강 시인은 다양한 글 사이에 파묻혀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시인의 길을 택한 그의 시는 거침없이 타오르지만 공허하며 낯설다.

시를 통해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시

다양한 기회를 통해 시의 맛을 본 강 시인. 그가 점점 시에 다가설수록 외부의 여건도 더욱 가까워졌다.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글을 쓰는 직업은 돈을 못 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문예창작과에 진학할 줄 몰랐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 글쓰기니까요.”

그는 시를 멀리하는 삶을 살다가 다시 돌아왔다. 온전히 시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내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기자로, 에이전시나 기관의 홍보팀에서도 글을 계속 썼어요.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제 글을 쓸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죠. 그래서 과감하게 일을 그만뒀습니다. 결국 시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어 시인이 된 거죠.”

강 시인은 시가 다가오는 시간을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할 때라고 본다.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감각적인 활동을 할 때 시상이 다가옵니다. 생소한 곳을 여행하거나 맛있는 걸 먹었을 때 그것을 입체적인 언어로 표현해요. 신선한 자극이 다가왔을 때 떠오른 것들을 적어 놨다가 글로 형상화 시키죠. 또 하루를 고되게 보내고 잠들기 전 아롱아롱한 상태에서 시상이 떠올랐을 때 바로 잡아놔야 합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죠. 아무리 피곤해도 저에게 다가온 글을 연상케 할 수 있는 단어라도 휴대폰에 적어놓고 있습니다.”

◆ 시 멘토를 만나다

강 시인은 본래 시보다는 소설, 시나리오를 쓰길 원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한 교수를 만나고 난 뒤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김완하 시인이 저와 시를 가깝게 만들어준 멘토, 스승이에요. 원래 소설을 쓰길 원했지만 항상 저에게 ‘너는 시를 써야한다’고 강조하곤 했죠. 매번 제 칭찬을 해주며 제 시를 동기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해줬는데 부끄럽지만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기업에 취직해 시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그런 그를 잡아준 것이 김 시인이었다.

“방황하는 저를 잡아주고 밀어준 사람이 바로 교수님이었죠. 그때야 비로소 좋은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를 이끌어준 사람에게 훌륭한 작품을 선보여야겠단 마음이었어요. 시를 수혈해주고 제 곁에서 글을 쓸 수 있게 지켜봐 줬습니다. 참 감사한 분이에요.”

한때 강 시인은 작은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매일 시를 몇 편 이상 보고 써야 한다는 기준에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준을 정해놓고 채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당시엔 조금 버거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일상이 됐죠. 시를 읽고, 쓰고, 고쳐나가는 것은 의무가 아닌 삶입니다. 인생의 한 부분에 자연스럽게 시가 자리 잡은 행복한 20대입니다.”

봉숭아 손톱-강안나 시인

◆ 20대에 느낀 문학적 사명감

강 시인은 젊은 사람들의 종이책 독서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상황을 문학적 저변확대가 미비한 것 때문이라고 짚었다.

“20대, 30대가 왜 종이책을 멀리하는지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어린 나이지만 시인으로서 문학적 사명감을 느끼고 있죠. 시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여있는 물에 옹달샘이 떨어진다면 시판도 신선해질 겁니다. 기성세대도 그 변화를 이해하고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하루빨리 시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길 바랍니다.”

그는 시를 굉장히 ‘합리적인 장르’라고 표현한다. 소설 등에 비해 접근하기 쉽고 짧다는 이유에서다.

“독자들이 장편소설을 읽는다고 하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잖아요. 시는 타 장르에 비해 짧고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이렇게 간편한 문학을 왜 안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자신의 저서가 없는 강 시인은 출판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지만 이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급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제 책에 대한 욕심은 많이 납니다.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처음이란 부담감이 다가와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무리 제가 만족한다고 해도 독자들에게 허술한 빈틈이 보일 수 있죠. 내공을 갈고 닦아 성장하면서 시집을 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강 시인은 오래전 만났던 시와 재회하고 있다. 이해하지 못했던 구절들이 다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시를 읽으면서 ‘이게 무슨 말이지?’ 생각했던 경험이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 시를 다시 읽으면 마음이 절절해지죠. 어느 순간 시가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문득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시를 분석하려고 했던 태도를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를 만나고 있어요. 시를 한 구절씩 파고들어 답을 메기는 현 교육실태가 시와 현대인을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죠. 후세에 기록될 시가 아닌 지금 당장 필요한 시를 합리적으로 쓰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 강안나 시인은?

강안나 시인은 ‘시와정신’을 통해 등단, 시인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