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맞은 학술·교육 출판업계(사진= 게티이미지)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모든 산업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학술 출판업계도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비대면 수업이 확산되고 종이책 교재의 활용도가 낮아진 이유에서다. 더불어 출판 지원, 도서 구입 예산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출판계의 고민은 깊다.

지난 28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20년 출판시장 통계'를 발표했다. 78개 출판사 및 주요 서점의 매출액, 영업이익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다. 통계에 따르면 교육도서 출판사 44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조 5776억 원으로 2019년(4조 227억 원)에 비해 11.1% 감소했다. EBS를 제외한 교육출판 43사(社)의 영업이익은 약 2045억 원으로 전년(4145억 원)에 비교해 반토막 난 수준이다. 특히 학습지 부문 8곳의 영업이익은 4억 원으로 전년 635억 7800만 원 대비 93% 폭락했다. 2020년 학습지 출판사 8사의 총 매출액은 1조 4638억 원으로 2019년(1조 6982억 원) 대비 13.8% 떨어졌다.

대한출협은 한국 출판시장에서 교육출판 업계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했을 때 2020년 교육출판의 부진이 출판 산업 전반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출협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고 온라인 서점의 이용률 증가하고 있다"며 "도서 소비 패턴의 변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출판 종사자들은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수익이 오르기는커녕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매달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 등 지출은 나가고 있지만 매출 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뚜렷한 지원계획도 없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술출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판매 부진으로 학술서적의 가격이 상당히 높게 책정되다 보니 개인 구매가 어렵고 그 부담을 떠안으려는 출판사도 없기 때문이다. 또 학술진흥기관의 출판 지원, 도서 구입 예산이 해마다 감소해 업계를 더 흔들고 있다. 국내 몇 안 되는 학술도서 지원 사업 중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사업’ 예산 감축이 대표적 사례다.

우수학술도서 선정은 교육부와 대학민국학술원이 기초학문 분야의 우수학술도서를 선정·보급하는 사업으로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인문학, 사회과학, 한국학 등에 관한 도서 300권을 선정해 국내 대학도서관 등에 지원하고 있다. 해당 사업 예산은 2018년 약 36억 원에서 2019년 33억 원으로, 올해 들어서는 전년 대비 7억 원 감소한 26억 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출협 측은 교육부 전체 예산이 지난 5년 동안 약 20조 원 증가한 75조 원인 것을 놓고 보면 우수학술도서의 예산 감축은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출협 관계자는 “기존에 책정된 얼마 안 되는 예산까지 감축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에 대한 의견 수렴, 실태조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판업계가 예산 감소 등 학술 출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저술 활동 지원의 중요성은 앎에도 현재로서는 뚜렷한 개선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당국이 책정하는 예산이 지출구조조정개선으로 인해 삭감돼 모든 요구를 수용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정부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방향으로 출판계의 고충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와 업계의 견해 차이 발생이 학술 연구의 발전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학 내 학술 저·역서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계당국이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 저변의 인식 전환을 위해 의견차를 좁힐 수 있는 서로의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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