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고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자.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지금과 같은 나를 상상한 적도 없다. 과거가 아깝다. 살아갈 날보다 내가 분명히 살아온 지난날이 너무 아까워. 겨우 이렇게 되려고 그렇게.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신작 장편 '내가 되는 꿈'을 통해 내면에 묻어두고 외면했던 자신의 상처의 근원들과 조우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어린 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목도하고 경험한 후회로 점철된 ‘어른’들의 삶을 되짚어보며, 그저 어른이 아닌,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펼쳐놓는다.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외가에서 성장한 주인공 태희는 자신을 키워주던 외할머니가 노환으로 죽음을 맞게 되자 외가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의 생일조차 기억해주지 못하던 엄마, 연락도 없던 아빠, 모욕감의 뜻을 알려준 초등학교 친구 순지, 폭언과 성추행을 일삼던 담임, 그리고 자기 방에 얹혀산다며 분풀이를 하던 이모와의 다툼까지...

그리고 자신 앞으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를 기억해낸다. 잘못된 주소였으나 수신인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어린 태희의 손에 쥐어졌던 편지였다. 홀로 남겨진 듯한 슬픔에 방황하던 태희는, 잘못 배달된 편지 쓴 이가 그랬던 것처럼 진실을 감춘 채 멀어져 가는 모든 관계를 원망하는 편지를 쓰고 그것을 우체통에 넣어버린다. 그리고 그 편지는 놀랍게도 성인이 된 그녀의 자취방에 도착하게 된다.

유년을 지나 어른이 되기까지 삶 속에 새겨진 상처를 외면한 채 살아가다 또다시 어긋나는 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는, 펼쳐보지 않으면 화해할 수 없는 과거의 나를 비롯한 모든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태희의 내면을 섬세한 통찰력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최진영의 '내가 되는 꿈'에서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