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안 좋아 마을로 돌아오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누군가 목매어 죽은 밧줄을 “그냥 속는 셈치고” 먹어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에서 어리석음을 빼고 보면 인간이 폐병을 대하는 방식과 절망이 남는다. 그리고 병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암시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다."

 

31세의 짧은 생애를 살았고, 작품 활동을 한 시기는 단 7년에 불과하지만 그 이름은 1세기 가까이 이어져온 가지이 모토지로. 10대에 발병한 폐결핵으로 인생의 절반을 병과 함께했고, 죽기 세 달 전부터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서 서평을 다루며 큰 호평을 받았으며, 죽는 순간까지 병상에 누워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대표작 12편을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이과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제국대학 영문과를 들어간 독특한 이력, 대학을 중퇴하고 자신이 창간한 동인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일본 문학계의 인정을 받았던 천재 작가. 당시 신현실주의, 신감각파, 신흥예술파 문학 조류 속에서 그의 작품이 발표되자 일본 문학계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극찬을 받으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불후의 고전’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과 기이한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인생의 절반을 병과 싸우면서 병약한 육신과 불안한 정신으로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게 끝나지 않고, 그의 상상 속에서는 상큼한 레몬이 하나의 폭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흐드러지게 핀 눈부신 벚꽃을 바라보며 너무 아름다워서 불안하고, 불빛이 반짝이는 어느 집 창문을 바라보면 세상에 홀로 선 듯한 자신의 운명을 느낀다.

 아름답고 푸른 바다를 보며 이질이 돌아 늘 시체를 태우는 어느 섬과 좌초된 배에서 죽은 선원의 사투를 떠올린다. 한없이 우울하고 어두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지금까지 가지이 모토지로의 작품이 읽히는 이유는 한없이 절망을 이야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음울한 상황도 삶의 한 단편으로 밀어버리는 감각적인 표현과 상상력으로 결국은 현실의 삶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모토지로의 '벚꽃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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