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에서 대권주자로…'수상록'으로 본 정세균
총리에서 대권주자로…'수상록'으로 본 정세균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퇴임한 후 에세이집을 내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0일 300쪽 분량의 저서 '수상록: 정세균 에세이'를 출간했다. 책은 여느 정치인의 자서전이나 에세이집과 달리 경어체·구술체로 작성됐다. 하나의 글감마다 에세이 분량도 1~2페이지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책의 집필자는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칭을 가진 정 전 총리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방식으로 책이 구성됐는데, 최근 부동층·스윙보터 성향이 강해진 M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리로 임명되는 바람에 출간을 미루다 재임 중의 방역 지휘 경험을 추가해 퇴임 직후 출간됐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에세이집에는 총 93편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제1장 ‘무엇이 올바른지’에 수록된 21편의 에세이는 올바름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다. 그는 의약분업 시행, 과거사법 통과 등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표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설령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가끔은 유불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2장 ‘바이러스와 싸우다’는 지난해 전 세계를 위협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싸워 왔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방역 사령부’ 안쪽의 이야기다.

제3장 ‘더 훌륭한 나라’에는 다른 장에 비해 ‘정치적인 진지함’이 짙게 묻어나는 글이 수록돼 있다.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라 할 만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경제, 사회통합, 통일, 환경, 외교 같은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낸다.

제4장 ‘민주주의자 정세균’은 직장 생활을 하던 저자의 정치 입문 과정 등 정치인으로서 정 전 총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서술한다. 제5장 ‘응, 아저씨가 진짜 세균맨이야’에는 저자의 성장기와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앞서 정 전 총리는 1996년부터 6선 의원을 지내며 '나의 접시에는 먼지가 끼지 않는다', '정세균이 바라보는 21세기 한국의 리더십' 등 저서 여러 편을 발간, 소신을 밝혀온 바 있다.

정 총리는 이번 에세이에도 부동산 정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기본소득,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 등에 대해 솔직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16일 오후 문 대통령이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을 차기 총리 후보자로 지명함에 따라 임기를 마치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정 총리는 당시 이임사를 통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더 이상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사회가 아니라 정치가 국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사회통합과 격차해소를 통해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완성을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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