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네가 그 방 중 하나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또 다른 방이 있다고 해 봐. 그리고 그 방 안에는 또 다른 방이 있고, 방 안에 방이 있고 그 안에 또 있고 또 있고. 마음을 안다는 게 그런 식 아닐까? 아무리 오래 돌아다녀도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방이 또 있지 않겠어?"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리기 시작한다. 그중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은 소녀 AF 클라라는 AF 매장 쇼윈도에서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어느 날 거리를 관찰하고 있던 클라라에게 다가 온 조시라는 이름의 소녀. 조시는 클라라를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는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인사의 말을 통해 이 책이 그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 될 것이라 밝힌 바 있고, 유수의 언론 매체들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타자(他者)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나를 보내지 마'와 '파묻힌 거인'과 한데 묶어 3부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책의 출간을 맡은 영국 파버 출판사의 편집국장 앵거스 카질은 이 소설이 “다른 곳으로부터 ‘지금/이곳’에 간절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인간의 마음에 관한 작품”이며 “이시구로가 늘 그랬듯이 가슴 떨리는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의 전체 작품 세계와 여전히 맥을 함께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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