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랑한 은둔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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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랑한 은둔자'를 읽고
  • 뉴스앤북
  • 승인 2021.04.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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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이예은 (취업준비생)
이예은
이예은

어느 날 우연히 SNS에서 이 책의 한 구절을 봤다. 표지도 예뻐서 바로 책을 사고 좋아했다.

캐럴라인과 나는 그렇게 만났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다.

"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것,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와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나라는 사람, 내가 하는 선택만으로도-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게다가 '명랑한 은둔자'라니, 코로나시대가 오고 나서 저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나는 원래부터 집을 좋아하던 사람이었고, 보통 집을 좋아해요, 흔히 말하는 ‘집순이’라고 하면 어쩐지 사람들과 잘 못 어울려서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니야? 집에서 도대체 뭘 하는데? 네가 친구가 정말 많으면 그렇지 않을걸? 이런 종류의 오해들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이따금 내가 집에서 뭘 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집에 머무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삶이라니. 바깥활동을 많이 한다고 의문을 던지지 않는데, 왜 집에 머무는 것은 설명이 필요할까.

하지만 나는 집이 좋았고,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집 안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좋았다.

혼자 책을 읽다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고양이가 걸어 다니고, 등등.

'은둔자'이지만 '명랑하다'니, 이처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어쩐지 캐럴라인은 내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녀가 친구처럼 느껴졌다.

우울해서 집에 머무는 게 아니고, 나는 집 안에서도 부지런히 살며, 명랑하다는 걸 누군가 대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명랑한 은둔자
명랑한 은둔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캐럴라인의 글이 조금 더 밝고 경쾌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기대보다 그녀의 글은 훨씬 더 섬세하고 깊은 감정의 밑을 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그녀의 감정에 동화되었고, 그 감정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깊고 아파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의 뒷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정말 긴 호흡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때로는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벅차고 힘들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그녀가 정말 대단하고 용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정말 강하다. 중독을 이겨냈다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깊이 있게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 스스로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자신의 불안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는 이런 감정이 있어, 그래서 이 부분이 불편해, 오늘은 그런 밤이야. 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캐럴라인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녀의 감각은 아주 잔뿌리가 많이 발달하고, 깊게 어딘가로 멀리 뻗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끝이 하나하나 다 살아있는 느낌, 그래서 더 아프고 더 깊이 감각하는 느낌이다.

그녀의 책은,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있으면, 마치 내 마음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를 놓는 기분이 든다. 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의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걸 도와주는 것 같다. 발견하면 아프고, 덮어뒀다가 다음 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 살면서 반드시 모든 불안과 아픔을 헤집듯이 정리하고 지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성장한 만큼, 아주 작은 성장이라 하더라도 내 마음의 어두운 부분에 불을 밝혀가는 사람이라 믿으니, 오늘도 오르내리길 반복하면서.

하지만 글이 우울하고 힘겹기만 한 것은 아니고, 그녀의 책은 잘 쌓아올린 크레이프케이크를 한 입 먹는 느낌이다. 불안과 우울과 우리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치부하는 온갖 감정들을 잘 다듬어서 얇게 쌓아올린 맛있는 케이크가 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그녀의 감정이 정리되지 못한 부분까지 포함한다 하더라도 캐럴라인은 얼마나 많이 숱한 밤 감정의 사다리를 오르내렸을까.

나는 마음으로 얼마나 깊이,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그녀가 말하는 '명랑'이 나의 불안과 우울에서 일종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을 포함하는 일이라면, 나는 '명랑'하다.

그 모든 것들을 거치고 나서, 나의 케이크는 어떤 맛이 될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아마 오랫동안 나의 책장에서 그녀는 나의 친구로, 마음으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뉴스앤북 webmaster@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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