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책방생활] 책으로 채우고 사람이 완성하는 공간 ‘버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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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책방생활] 책으로 채우고 사람이 완성하는 공간 ‘버찌책방'
  • 안민하 기자
  • 승인 2021.04.1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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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선물'서 따온 버찌
책으로 채워 사람이 완성
"지역서점, 다음 액션 필요해"

 

‘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의 한 아파트 인근 상가에 ‘버찌책방’이라는 소담스러운 이름의 서점이 둥지를 틀고 있다. 입구 옆 벽면 빼곡한 아이들의 그림과 각종 동화책, 카운터 옆에 놓인 장난감 자동차가 이곳은 아이들이 환영받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와 부모 모두 마음 놓고 책을 고르러 올 수 있는 공간으로 책방을 꾸리고자 한다는 조예은 씨와 책방생활 이야기를 나눠 봤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살면서 ‘위그든 씨’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에 등장하는 사탕 가게 주인으로 아직 화폐 개념을 모르는 한 소년이 사탕값으로 은박지에 싼 버찌 씨 일곱 개를 내밀자 사탕과 함께 2센트의 거스름돈까지 내어 주는 인정 많은 인물이다. 버찌책방의 버찌는 바로 이 마음 따뜻해지는 일화에서 따 왔다. 조 씨는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 같은 공간이 되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순수한 꿈과 마음을 지켜주자’는 생각으로 책방 이름을 지었다”고 회상했다. 

 

조예은 씨가 '이해의 선물'을 소개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버찌책방의 슬로건은 'Read your dream'. 풀이하자면 '종이 위에서 꿈을 읽어보세요'다. 책을 통해 스스로 꿈꾸는 삶,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 조 씨가 이를 남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정한 문구다. 그는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들, 그 책들과 연계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로 책장을 채웠다. 고전문학, 인문교양서, 그림책, 에세이 등 장르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그는 “공유하고 싶은 책들, 이 시기에 필요하다 싶은 책들을 비치한다. 신간이라고, 유행이라고, 유명 작가 책이라고 해서 들여놓고 보는 건 피한다”며 “공간에 책이 많은 것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선호한다. 단순히 책을 파는 상점을 넘어 책을 함께 읽는 공간, 책으로 채우고 사람이 완성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몇 달 전 문을 연 버찌책방은 역병과 본의 아닌 동행에도 불구하고 본인만의 페이스를 유지해 오는 7월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지 2년을 맞는다. 팬데믹이라는 불청객도 책과 교류에 대한 조 씨의 열정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할 따름이다. 그는 철저히 방역을 준수하는 가운데 꾸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왔다. 지금은 ‘자기만의 방’과 ‘누구라도 그림책’이라는 독서모임을 절찬리 운영하고 있다. 조 씨는 "읽는 공간과 취향을 공유하는 거다. 좋은 책을 발견할 때면 다른 이들과도 나누고 싶어 독서모임을 연다"며 "'버찌가 이런 책 안 소개해줬으면 어떻게 알았냐'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혼자 채우는 게 아니라 같이 즐겨주시는 분들이 있어 할 수 있는 거다"고 웃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무렵에는 어린이를 위한 모임도 개최할 계획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고르고 읽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만큼 서점을 어른은 물론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도 꾸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공간 매너라는 게 있다 보니 아이들이 다닐 만한 서점이 몇없다. 아이 엄마라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인다"며 "아이들이 책을 학습이 아닌 놀이로 여기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입구 근처 벽에는 버찌책방에 방문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과 동화책이 전시돼 있다. 안민하 기자
입구 근처 벽에 버찌책방에 방문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과 동화책이 전시돼 있다. 안민하 기자

 

이처럼 버찌책방 같은 지역서점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지역서점의 명맥을 잇고 있긴 하지만 지역서점이 시민 문화공간의 구심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조 씨가 '다음 액션'과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까닭이다. 그는 "지역서점 인증제와 책의 가치를 알리려면 시와 지역서점의 수평적 관계와 협력이 중요하다.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열어 시민의 발길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책을 물건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오직 서점에서만 접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책방지기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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