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하찬은(필명)씨의 소설 '오늘의 불쾌지수'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작가 하찬은(필명)
작가 하찬은(필명)

호텔 뷔페가 부럽지 않은 파티 준비가 끝나자 사무장은 주차장이 보이는 캠프 뒤편 창문을 열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캠프로 들어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군사모(군수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다. 회원들은 당선인을 대하듯 사무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사무장도 당연한 인사를 받듯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군사모 회원들이 들어오고 뷔페 직원들이 퇴장하자 파티 진행을 맡은 스태프 한 무리가 캠프에 들어섰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MC 전영진씨도 보였다. 스태프들은 스피커와 마이크를 점검하며 리허설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무장은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은 전영진씨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알은체를 했다.

“구독자가 100만을 넘었다고요? 축하드립니다. 나도 영진씨 팬 인거 아시죠?”

MC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장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오늘도 스케줄이 꽉 찼는데 다 펑크 내고 냅다 이리로 달려왔습니다.”

사무장도 한쪽 눈을 질끈 감으며 MC의 손을 더 힘껏 쥐었다.

“우리 군수님 삼선하시면 우리 영진씨 앞으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으실 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사무장의 말에 MC는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한 차례 리허설이 끝나고, 사무장이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 잡았다.

“아! 아! 여러분 잘 들리십니까?”

캠프를 가득 메운 회원들은 일제히 ‘네’ 하고 소리쳤다.

“이번 선거가 좀 싱겁게 끝나긴 했어도 TV 앞에서 지루하게 개표 시간 기다리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미 선거가 끝난 것 같은 분위기는 사무장의 설레발에 점점 더 고조됐다. 사무실을 나갔던 비서가 뛰어 들어온 건 그때였다. 비서는 캠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짓더니 사무장을 찾았다. 사무장도 비서의 등장에 군수가 도착했음을 직감하고 점잖은 걸음으로 비서에게 다가갔다.

“오셨는가?”

비서는 캠프에 모인 사람들을 의식했는지 사무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 올라오시고 계세요. 경찰서장님도 함께 오셨는데 이 상황 이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쯧쯧, 이 사람, 아직도 쓸데없이…….”

혀를 차는 사무장의 모습에 비서는 할 말을 잃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무장은 매무새를 살피며 캠프 문을 열고 나갔다. 안 군수가 경찰서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무장은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 내려가 군수에게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옆에 있는 서장에게도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안 군수는 사무장의 태도가 못마땅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뭐야 또?”

사무장은 헤벌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가 오늘 조촐한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사무장의 환한 얼굴에 안 군수는 심기가 불편했다. 안 군수는 걸음을 멈추고 사무장의 볼을 잡아채며 말했다.

“너 또 무슨 짓을 꾸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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