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로고는 왜 고급스러워 보일까?

폰트라는 옷을 입다.

사실 우리는 폰트(글자의 모양) 세계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교통 표지판, 상점 간판, 식당 메뉴판 등 시선이 닿는 곳 어디에나 폰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폰트는 형태뿐만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 또한 각각 다르다.

고바야시 아키라의 ‘폰트의 비밀’은 이러한 폰트의 다양성에 주목한다. 브랜드의 로고를 고급스러워 보이게 하는 폰트를 비롯하여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각적 광고를 위한 폰트 등, 작가는 눈에 보이는 다양한 글자의 형태와 이에 따른 이미지의 특징을 예리한 감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폰트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대표적인 예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독특한 디자인 패턴과 로고는 복잡한 장식이 없어도 글자 하나로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여기에는 ‘푸투라(futura)’ 라는 폰트가 사용되었다. 푸투라는 20세기 초 독일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서체로 현재 ‘나이키’, ‘도미노피자’, ‘슈프림’ 등도 선이 굵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폰트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루이비통의 로고는 ‘푸투라’ 폰트를 적용한 것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바로 글자 사이의 간격이다. 그저 글자를 나열한 루이비통의 로고와 글자 간격을 고려한 루이비통의 로고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은 폰트 자체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글자 사이의 여백과 같은 미세한 요소까지 모두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또 다른 폰트의 예로 ‘보도니(bodoni)’는 가로 획과 세로 획의 굵기가 뚜렷하게 대비되는 형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서체는 18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지암바티스타 보도니(Giambsttista Bodoni)가 디자인한 것으로 세계적 패션잡지 ‘보그(Vogue)’의 로고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럼 이러한 폰트의 사용은 명품 브랜드의 로고에만 국한될까.

앞서 말했듯 ‘푸투라’는 루이비통,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의 고급스런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다. 그러나 ‘푸투라’는 명품브랜드 이외에도 파리의 카페거리나 에펠탑 내부의 기념품 가게 간판에도 많이 사용된다. ‘보도니’ 또한 생각지 못한 곳에서도 사용되고 있었다. 예전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빨리 지갑을 열어 자신들을 사달라고 애원하는 듯 빽빽이 진열된 굿즈(goods) 속에서 경쟁을 제치고 내 손에 들어온 건 보도니체로 앨범 타이틀이 새겨진 ‘응원 봉’이었다. ‘보그’, ‘바자’ 등 유명 패션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로고의 고급스런 이미지와는 또 다른 친근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폰트의 사용이 특정한 직업이나 브랜드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상에서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폰트의 정의는 한마디로 글자에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것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글자를 소통의 수단으로만 생각할 뿐 외적모양으로 인해 생겨나는 형태이미지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폰트의 형태와 이미지를 상세하게 소개함으로써 폰트가 가진 시각적 비밀을 하나씩 풀어낸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모든 글자의 형태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지금 내 앞에 있는 과자 봉지를 보고, 글자에 입혀진 폰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입힌 의도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다.

호기심 탐정이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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