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다다르다의 사장 김준택 씨. 본인 제공
'다다르다'의 사장 김준태 씨. 사진 본인 제공

 

대전시 중구, 성심당 본점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다다르다'라는 이름의 서점을 마주칠 수 있다. 내부가 투명하게 보이는 구조, 카페 카운터와 앞 테이블에 책이 늘어선 광경은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지나가는 이를 궁금하게 만든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서점, 다다르다의 사장 김준태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다르다의 2층은 서점으로, 1층은 '도시여행자'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다다르다'는 ‘다르다’와 ‘도달하다’의 합성어로 ‘다르다’와 ‘가 닿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녔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어 서점을 열었다는 김 씨는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 이름을 '다다르다'라고 지었다“고 회상했다.

 

대전시 중구에 위치한 '다다르다'. 건물 2층을 서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대전시 중구에 위치한 '다다르다'. 건물 2층을 서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책은 그 자체로는 변별력이 없다. 동일한 내용과 규격, 재질로 제작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온라인,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제품 자체로 특성화를 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김 씨가 서점원의 큐레이터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책을 가지고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나는 서점원보다는 커뮤니티 매니저에 가깝다”며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이 다다르다의 큰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독서가 일상인 사람들은 자신이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르므로 추천이 필요가 없지만 책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다다르다에서는 이런 독서 초심자들을 위해 세 가지 키워드를 듣고 세 권의 책을 골라주는 프로그램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또 영수증에 서점에서 일하며 느낀 점이 담긴 ‘서점일기’, 책의 일부를 발췌한 ‘오늘의 텍스트’를 더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책을 사거나 커피를 마실 때 예상치 못한 문장을 갑자기 만나도록 하는 거다”라며 “그 문장을 통해 ‘이런 책도 있구나’, ‘이런 작가도 있구나’, ‘이런 독서생활을 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다르다' 1층은 카페 공간 '도시여행자'로 꾸며졌다. 다다르다는 도시여행자를 통해 여행 관련 정보와 지도를 제공하는 지역 가이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다다르다 1층은 카페 공간 '도시여행자'로 꾸며졌다. 다다르다는 도시여행자를 통해 여행 관련 정보와 지도를 제공하는 지역 가이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다다르다는 지역여행 안내소의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1층 카페 ‘도시여행자’에서는 대전지역 여행과 관련한 안내와 지도를 제공받을 수 있다. 김 씨는 독서 가이드인 동시에 여행 가이드인 셈이다. 그는 “서점이 여행의 시작이나 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책과 가까운 삶을 권유할 수 있길 바란다는 김 씨는 지역서점 인증제의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시민들이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매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서점 주인과 책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서점 공간의 분위기나 컨텐츠를 향유하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하는 건 엄청나게 큰 경험”이라고 웃었다.

지역서점 인증제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주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할인으로 그치지 않는 다각도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김 씨가 꼽은 방법은 작가와의 만남 등 서점 문화예술기획에 대한 지원, 서점학교와 출판마켓 설립 등이다. 그는 “서점이란 공간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성장 포인트를 둬야 한다”며 “서점 주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커리큘럼을 구상하는 건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므로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고 확신했다.

이와 함께 서점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많은 지역서점 주인들이 주민의 문화향유권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서점은 개인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므로 서점 주인들이 자체적으로 시장과 문화를 일궈야 하는 상황이며, 그 과정에서 적자도 적잖게 발생한다.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서점에 대한 평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점 주인들을 개인사업자로만 바라보지 않고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위한 협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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