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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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TI 검사가 관심을 끌면서 하나의 문화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흔히 접하는 온라인 무료 검사는 검증되지 않은 가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식 검사의 존재를 인지하고 MBTI 검사결과를 맹신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마이어스 브리그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인 MBTI 검사는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의 성격 유형론에 근거한 검사로 한 온라인 MBTI 무료검사 사이트에서 주목 받으며 전국적 유행세를 탔다. 

MBTI는 우리 일상에서 첫만남 검사 결과를 묻거나 대학에서 조를 편성할 때 성격유형별로 나누는 등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 시민은 "MBTI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다"며 "정체성을 바로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MBTI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한 시민은 “사람들이 MBTI를 재미로만 보는 게 아니라 남용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며 “전에 취업 준비를 할 때 이력서에 성격유형을 기재하라고 했다”고 어이없어 했다. 한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는 ‘이력서에 MBTI를 쓰라는데 INFP면 불리하지 않냐’며 취업 불이익을 우려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현재 운영되는 온라인 무료 MBTI 테스트가 가짜라는 의문이 일면서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무료검사 항목들은 충분한 연구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MBTI 유사 테스트'라는 거다.  

일반적으로 MBTI 정식 문항은 93개다. 한 개의 문항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유사한 문항들을 수 개 만들어 선별하는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 이어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다듬는 과정을 거쳐 평균 7~8차의 번역 작업이 이뤄진다. 반면 온라인 무료검사의 경우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

검사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정식 검사는 선택지가 두 개인 이분문항으로 구성된 반면 온라인 검사는 5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리커트 척도'를 사용한다. 심지어 온라인 검사의 70여 개 항목에는 MBTI 정식 문항이 하나도 없다. 이니셜만 같고 세부 사항은 전혀 다른 검사인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사 결과를 누구도 해석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MBTI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제작된 검사로 필요 시 전문가의 상담으로 연계돼야 하지만 무료 검사 사이트는 입력된 결과만을 제시한다. 뭘 위해 검사를 진행하는지, 결과가 무슨 의미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검사 결과를 맹신하면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MBTI 검사를 남을 낙인찍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온라인 무료검사들이 교묘하게 저작권 분쟁을 피해 간 탓에 실질적 처벌이나 제지는 어려운 게 한계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무료검사를 이용은 하되 국민들이 오랜 시간 동안 정식 검사도구 자격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 단계를 밟은 전문가들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언론 매체를 통해 MBTI가 쉽게 쓰여서는 안 된다는 걸 안내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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