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이란 실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인데 나는 잃을 게 없다, 오로지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갈 거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어떤 미친 열정, 나는 그게 부러웠던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이 강을 건널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미친 사람은 이미 강을 건너 있다."

 

'평범한 결혼생활'의 출간 일인 2021년 3월 11일은 정확히 저자의 결혼 20주년 기념일. 온갖 기념일들을 챙기는 걸 평소 좋아하지 않던 저자는 지난해 겨울 초입에 불현듯 이듬해 결혼기념일이 20주년임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만난 지 3주 만의 급작스런 청혼, 고작 석 달 간의 짧은 연애 그리고 바로 이어진 20년간의 결혼생활. 20년 세월을 한 남자와 살아낸 현실을 스스로 신기해하며 저자는 자신이 몸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생활의 진실’에 대해 쓰기로 결심한다. 

천생연분이나 잉꼬부부 같은 단어는 잊자. 대개의 평범한 결혼생활은 ‘나와 이토록 다른 사람’과 하루하루를 부대끼면서 ‘인격 수양’을 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서로의 ‘다름’에 경악하지만 이내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적당히 ‘아내’와 ‘남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다가 폭발과 수습을 반복하는 관계. 하지만 그 ‘안 맞음’이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것임을 자각한다.

이런 고난의 여정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한창 열애 중에 만든 소책자 청첩장은 20년 전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 만난 정황에 대해, 여자는 남자로부터 청혼 받은 날에 대해 각각 한 편의 글을 썼다. 시대착오적이고 오글거리지만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청첩장을 그대로 인쇄해 넣었다. 

또한 산문 ]태도에 관하여'초판(2015)과 개정판(2018)에 실린 '현실생활에서의 평등'의 계보를 잇는 저자의 현재(2021) 가사분담 현황에 대해서도 면밀히 보고한다.

-임경선의 '평범한 결혼생활'에서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