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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시인
김현희 시인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사명감으로 인간애 회복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현희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의 슬픔을 끊임없이 마주하며 보듬어 주고 있는 김 시인의 따스한 목소리는 마치 봄바람 같다.

궁극적으로 시를 통해 인간의 영혼이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그,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당찬 목소리로 삶의 방향성을 이야기한다.

김 시인은 힘든 삶을 살아왔음에도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두 눈동자를 빛내며 앞으로의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 삶의 여유 속에서 다가온 시

김현희 시인은 “시를 쓰기 전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는데 시간이 지나 수강생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일이 없다 보니 취미 생활을 찾아보게 됐죠. 그때 지인들이 수필, 시를 쓰고 있어 저도 자연스럽게 동참했습니다. 시 쓰기가 나름 즐거웠고 재료가 많은 편이었어요. 일이 없어서 시작했지만 이젠 직업이 됐죠”라며 시를 접하게 된 계기를 전한다.

처음 시를 쓸 때는 시집 한 권 분량만 쓰고 그만둘 줄 알았다던 김 시인은 어느새 두 권의 시집과 명리학 도서을 발간했다. 그런 그는 시를 통해 현대인들의 영혼을 탐구하고 싶단 소망을 내비친다.

“없는 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주눅 들지 않으려면 자기 영혼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평등성과 자유의지, 자기 조절에 대한 것이죠. 물론 한 발은 물질세계에서 자기생산과 소비를 하는 생활인이겠지만 나머지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세계가 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 고수(高手)는 역경을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 시인은 자신의 시집 ‘고수(출판사 이든북)’ 출간에 대해 “제가 버리기를 잘해서 시들을 책으로 엮어 놓지 않으면 사라질까봐 집을 찾아줬어요. 힘들게 살아가며 절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운명처럼 이끌어 가는 초인정신을 담아냈죠”라고 말문을 연다.

이어 “아무리 노력해도 주어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질적으로 부족해 치열하게 살아도 공과금, 월세를 내면 끝인 생활을 하는 것이죠. 저는 그런 삶을 버티는 영혼들을 ‘고수’라고 표현했습니다. 본 의미는 특정 분야에서 기술이나 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지만 제가 시집에서 말하는 고수는 역경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방법으로 살아내는 강한 인물이에요”라고 부연한다.

또 “저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며 세상을 쫓아가기 바빴어요.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한 제 삶의 유형은 절제와 절욕이었죠. 타인의 모습을 저와 비교하지 않고 제가 못하는 것들은 빠르게 체념했습니다. 사회적 욕망을 갖지 않으려 정신을 훈련을 하며 ‘작게 살기’를 마음먹었어요. 시민 질서를 잘 지키며 미니멀리스트로 지내야겠단 마음으로 시집을 엮었습니다”라고 말한다.

◆ “제 인생은 산 게 아닌 살아진 삶”

김 시인은 시집의 제목이 고수가 된 이유에 대해 “처음엔 ’살아진다‘로 하려고 했는데 출판사 대표가 시집 타이틀을 다시 잡아 줬어요. 저도 지금 제목에 더 이끌렸죠. 시집 속 또 하나의 메시지는 의미는 가면입니다. 개인적, 사회적 가면이 모두 존재하듯 그것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겨나가는 게 고수에요”라고 설명한다.

이어 “주요 메시지는 ‘고통에 굴복하지 말자’입니다. 저는 산 게 아니라 살아진 게 더 많은 수동적인 사람이에요. 뭘 해도 능동적으로 산 기억은 없죠. 주어진 상황에 맞춰 전전긍긍 살다 보니 지금 이 모습이었습니다. 무기력과 절망에 순응하며 불안과 두려움을 인내하며 버텨냈어요. 그런 제 모습이 시에 담겨있죠”라며 힘들었던 과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와 함께 “시집 속 탈속공간은 가난에 굴복하지 않고 가난을 초월하는 정신세계를 표현한 곳이에요. 고통, 죽음 같은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인데 역경에 지쳐 쓰러지기보단 시간의 흐름처럼 흘려보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몇 세대가 흘러도 변할 수 없어요. 저희 부모는 나름 노력의 노력에도 평생 자신의 집을 못 가졌죠. 그런 고생을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견디는 곳이 바로 생활공간입니다. 마치 세속을 초월한 것처럼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이에요. 타인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지만 결국 홀로 자립해야 하죠. 미로는 막막한 공간입니다. 그렇다고 답답함에 주저앉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우울해하지 않는 영역이에요. 결국은 혼자서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시로 표현했습니다”라고 얘기한다.

◆ 또 다른 제 모습은 명리학자

김 시인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명리학자였다. 20년 전 두꺼운 사주명리학 책을 우연히 접해 스스로 공부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그.

“젊었을 때부터 손금, 관상에 관심이 많아 사람의 성격, 유형을 예측하는 일에 흥미를 가졌어요.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사주 명리학까지 관심 분야를 넓혔습니다. 처음엔 사주팔자가 맞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공부했지만 ‘적어도 절반 정도는 맞겠다‘란 생각을 갖게 됐어요. 결론적으로 확실하게 맞는 부분 30%, 20%는 얼추 맞고 나머지 50%는 자유의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사주팔자의 단점을 알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정도로만 명리학을 이용하면 좋겠어요. 삶을 조심스럽게 살기 위한 지혜죠”라며 일상 자체가 명리학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시와 명리학 모두 제 인생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에 한 쪽에 마음이 쏠리진 않아요. 하지만 국문학에 비해 명리학은 비교적 쉬운 학문이라고 말할 순 있죠. 이미 정해져있는 것들을 다루는 것과 창작의 차이입니다. 관련 도서와 시집을 계속해서 발간할 예정이이에요”라며 웃음 짓는다.

◆김현희 시인은?

김현희 시인은 충남대학교 국문과 석사를 졸업한 뒤 지난 2015년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 시인의 저서로는 전문서적 ‘명리학그램-작은 인문학’, ‘명리학그램Ⅱ-사주통변론’, 시집 ‘껍질의 시’, ‘고수高手‘ 등이 있다.

한국대표서정시선 공동저자인 그는 현재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옥천향수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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