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어. 언니, 그런 건 정말이지 전혀 중요치가 않아. 중요한 건 지금 진주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는 거야. 진주가 지내왔던 시간을 가장 잘 알고, 앞으로도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진주를 인정하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더 행복하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사람."

 

이루카 작가의 '독립의 오단계'의 표제작이자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인 '독립의 오단계'는 문소리가 주연한 '인간증명'의 원작소설이다.

어디까지를 사람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기계로 볼 수 있을까. 어디까지를 우정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사랑으로 볼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우리가 가장 빛나는 시절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의 제2권은 '독립의 오단계'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을 수상한 이루카 작가의 첫 소설집 '독립의 오단계'다.

'독립의 오단계'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일정 비율로 섞이는 게 일반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법정소설이다. 인간의 신체 일부를 사이보그화할 수 있게 되면서, 몇 퍼센트까지가 인간이고 인간이 아닌지를 법정에서 다툴 수 있게 된 사회가 배경으로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뇌와 교감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생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 당시 배명훈 소설가에게 "심사위원들도 잠시 토론을 하게 할 만큼 인공지능과 관련된 윤리적 법적 문제를 충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모델명 A796, 제조번호 04-1963-59”이라고 불리던 인공지능 화자가 직접 지은 이름을 갖게 되는 일련의 재판 과정을 통해 우리는 ‘독립한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된다. 모성과 인간성의 뒷면을 보는 재미도 상당한 작품이다.

-이루카의 '독립의 오단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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