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전 서구 헌혈버스에서 열린 헌혈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대전 서구 헌혈버스에서 열린 헌혈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혈액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혈액이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헌혈자로 북적거려야할 헌혈의집은 요즘 사람 하나 없이 구슬픈 노랫소리만 흘러나온다. 광활한 대기석과 텅 빈 헌혈용 침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헌혈의집을 찾았다.

최근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이 발표한 지난해 ‘혈액수급 현황’에 따르면 전국 혈액 공급 실적은 435만 4132건에서 412만 9790건으로 전년대비 5.2%(22만 4342건)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혈액 보유량은 전국적으로 2.7일분까지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혈액 수급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혈액 부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25일 대전 동구에 있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헌혈의집 복합터미널센터. 헌혈하는 사람들은 온데간데없고 대기공간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전 중에는 혹시 모를 부작용 발생에 대비해 헌혈을 마친 뒤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민 한 명만을 만날 수 있다. 그 많은 헌혈 침대에는 사람 대신 새하얀 먼지만 살포시 내려앉았다.

오후에 찾은 중구 으능정이 헌혈의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느 때면 학생들로 북적여야 할 헌혈의집은 코로나19로 인한 개학연기, 비대면 수업 증가의 영향으로 앳된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긴지 이미 오래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지난 1월 약 63개의 단체, 6180명 가량이 헌혈을 취소했을 정도다.

헌혈에 동참한 박성권(37) 씨는 “헌혈을 자주하는 편인데 예전에 비해 헌혈의집이 많이 조용한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헌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찾아왔다”고 넌지시 말했다.

이달 들어 전국 평균 혈액 보유량은 '주의' 단계(2일 이상~3일 미만)를 벗어나 3.5일 분으로 '관심' 단계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혈액위기대응 지침 상 적정 수준인 5일분 이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혈액형별 보유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A형은 2.8일분으로 B형 4.5일, AB형 4.6일분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 때문에 혈액원은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자발적인 헌혈 동참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혈액원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며 “30년 이상의 중장년층, 특히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근무자들의 헌혈 참여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구축과 대외 홍보를 통해 헌혈 참여 독려, 인식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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