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가 만개한 22일 오전 장대동 대학가 원룸촌 근처 대로변에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안민하 기자
개나리가 만개한 22일 오전 장대동 대학가 원룸촌 근처 대로변에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안민하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학가 원룸 주변 거주자가 대폭 줄어들었음에도 인근은 여전히 쓰레기 불법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할구청에서는 쓰레기 배출 방법 안내·홍보와 계도활동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법투기 근절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2일 대전 유성구 장대동의 한 대학가. 새 학기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원룸 밀집 지역 곳곳에는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이른 아침 원룸촌은 인적이 드물어 한산함이 감돌았지만 이곳저곳 쓰레기 더미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쓰레기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원룸 건물이 있었고, 원룸 건물이 있는 곳엔 쓰레기가 함께 했다.

대전장대초등학교와 대전장대중학교를 지나 도달한 대로변. 원룸촌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불법투기물과 마주쳤다. 강가에 만개한 개나리, 봄 풍경을 배경으로 가득 쌓인 쓰레기들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꽃나무 근처에 던지진 쓰레기들 사이로 망가진 빗자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청소를 위한 도구가 역으로 거리를 더럽히는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장대동 원룸촌 인근 대로에 망가진 빗자루가 버려져 있다. 안민하 기자
대학가 원룸촌 근처 대로변에 던져진 쓰레기들 사이에 망가진 빗자루가 버려져 있다. 안민하 기자 

 

일반쓰레기는 자치구 전용 종량제봉투, 재활용쓰레기는 투명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안내하는 현수막과 간판이 곳곳에 부착돼 있었음에도 효과는 미미해 보였다. 골목마다 일반 비닐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이 고개를 내밀었고, 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들도 수두룩했다. 재활용쓰레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가 뒤섞여 담긴 봉투들이 재활용쓰레기 행색을 하며 뻔뻔스레 굴러다녔다. 

한 빌라를 지나다 건물 안에서 재활용 전용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는 A 씨와 마주쳤다.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자신을 건물 청소 노동자라 소개한 그는 ”학생들이 분리배출을 잘 안 한다“며 ”내가 쓰레기봉투를 전부 뜯어서 하나하나 분리해야 한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배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쓰레기는 대전시에서 수거해 가지 않기 때문에 A 씨가 불법투기물 분리수거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자들이 분리배출 규정을 잘 지켰다면 하지 않아도 됐을 노동인 셈이다. 불법투기물 봉투를 한참이나 뜯던 그는 “학생들이 분리수거 하는 법을 배워서 잘 알텐데 실천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큰길가로 다시 나오니 환경미화원이 일상인 듯 담담한 표정으로 바닥에 흩어진 쓰레기를 푸른색 종량제 봉투에 하나하나 담고 있었다. 빗자루를 부지런히 놀리던 그는 “원룸 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쓰레기를 큰 길가에 버리라고 한다”며 “본인 건물 지저분해지는 게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내 표지판 뒤에도 불법투기된 쓰레기가 쌓여 있다. 안민하 기자
안내 표지판 뒤에도 불법투기된 쓰레기가 쌓여 있다. 안민하 기자

 

구는 꾸준한 홍보·계도 활동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시스템인 클린지킴이 개선·보급 계획을 추진하는 등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민의식이 따라주지 않는 점이 답답할 따름이다. 

서인석 구 청소행정팀장은 “1인 가구와 코로나19로 인한 음식 배달이 쓰레기 불법투기의 원인”이라며 “CCTV가 설치돼 있어도 구청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불법투기자 적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팀장은 “쓰레기 불법투기는 전국적인 사안”이라며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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