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마 미첼 ‘야생의 위로’

이 책은 저자 에마 미첼이 25년 간 겪어 온 우울증에 대한 회고록으로, 우울 속을 지나가는 동안 만난 자연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작기는 매일의 산책길에서 만난 동식물의 모습을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아냈다. 봄 숲길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일품이다. 

이 책은 싱그러운 자연의 향취를 앉은 자리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연이 어떻게 심신을 치유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함께 들려준다. 자칫 무겁거나 딱딱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음에도 아기자기한 그림과 사진들이 조화를 이루며 다음 페이지를 펼쳐 보고 싶게 만든다. 

자연이 그리운 날, 노란 햇빛이 유독 ‘블루’하게 느껴지는 날. 가만히 앉아 이 책을 펼쳐보자. 작가와 함께 숲길을 슬슬 걷다 뒤를 돌아 보면 어느새 따라온 마음의 평화와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2. 우봄 '띠용이야기'

이 책은 주변에 흔히 존재하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재구성해 어딘가에서 정말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로 그려냈다. 4컷만화 형식으로, 귀여운 그림체가 우울증에 대한 편견과 무거운 주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누그러뜨린다. 

이 책의 주인공 ‘띠용’은 우울증 환자다. 자는 것, 먹는 것 등 일상적 행위도 쉽게 해낼 수 없고, 하루하루 무기력할 따름이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자신이 한심하고, 스스로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띠용의 곁에는 띠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친구가 있지만, 자존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띠용은 친구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한심한 자신을 진심으로 아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띠용은 마음을 열고 친구에게 다가가 보기로 한다. 

우울감에 빠진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스스로의 상태를 ‘비정상’이라고 규정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울증은 부끄러운 것도, 잘못도 아니다. 문득 자괴감이 고개를 들 때면 이 책을 펼쳐 보자. 띠용이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네가 이상한 게 아니다’.

 

3. 린다 개스크 ‘당신의 특별한 우울’

“저는 정신과 의사예요.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죠.”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 일기’라는 부제가 눈에 띄는 책이다. 의사도 제 병은 못 고친다더니,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인 걸까? 

저자 린다 개스크는 우울증 환자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인 동시에 한 명의 환자다. 저자가 내담자들을 깊숙이 이해하고 치유하는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정한 유년기가 있다. 사회공포증이 있던 부친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남동생. 가족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치를 보며 지내야 했다. 그런 아픔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에도 진심으로 공감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저자는 사람마다 우울증을 일으키는 스트레스의 양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우울증은 개인적인 병이며, 저마다 지닌 경험들을 인정하고 직면해야만 우울증을 이길 수 있다. 그 방법은 누군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저자는 “분명히 찾을 수 있는 것을 나는 안다”며 우울과 분투하는 이들을 독려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정신과 의사로서 대면했던 내담자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로서의 신뢰감과 한 명의 환자로서 보이는 공감이 엮어내는 깊은 밀도가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우울을 아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책이다. 

 

4. 그레고리 얀츠 ‘마음이 웃는다’

이 책의 저자 그레고리 얀츠 역시 우울증에 빠졌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는 우울감과 우울증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한다.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자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우울증은 나을 수 있다”며 희망을 전파한다. 

저자는 정신건강 전문가로, 미국 내 10대 우울증 치료기관 중 하나인 ‘더 센터: 희망의 처소(The Center: A Place of Hope)'의 설립자기도 하다. 이 책은 더 센터의 입지를 드높였던 혁신적 치료법을 바탕으로 우울증의 근본적인 치유에 대해 논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 가량이 표준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항우울제와 상담 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신적, 육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관계적, 영적 요인까지 세밀히 고려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우울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혹은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접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보다 넓은 시야를 틔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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