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드 창 '숨'

최고의 SF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작가, 테드 창의 두 번째 작품집. 여러 개의 세계에 여러 개의 당신이 살고 있다면?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하든 그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다른 우주가 언제나 존재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이 이야기는 우주의 다른 종과 문명을 향해 어느 해부학자가 남긴 서한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는 무한하게 뻗어나가는 단단한 크롬 내부의 아르곤 공기실로, 이곳에는 공기압으로 구동하는 기계인간들이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다. 

화자인 과학자는 시계에 비해 자신들의 뇌가 느리게 작동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자신의 두뇌를 여는 자기 해부를 시행한다. 그리고 공기는 단순히 그들의 사고를 발생시키는 엔진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실상 그들의 사고가 각인되는 매체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생명의 원천은 공기가 아니라 기압 차이임을 깨닫는다. 이 기압이 평형 상태에 도달할 때, 우주는 그 모든 작동을 멈출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종과 문명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한다. 과학자는 평형 상태가 모든 우주의 운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며, 다른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다른 문명을 향해 메시지를 남긴다.

 

2.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이 소설은 ‘만약 우리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기욤 뮈소는 이 소설에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불변의 진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삶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바탕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엘리엇은 명망 있는 외과의사로 성공적인 삶을 열어왔지만 한 가지 떨쳐버릴 수 없는 회한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연인을 사고로부터 구해내지 못한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신비의 노인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열 개의 알약을 얻게 된 그는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잡는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연인을 살려내지만 그의 과거사에서 한 가지 사실이 뒤바뀌게 되면서 나비효과처럼 그의 삶 전체를 뒤죽박죽이 된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가장 바로 잡고 싶었던 실수를 수정한 결과 다시 연쇄적으로 또 다른 문제가 무더기로 양산된 것이다.

기욤 뮈소는 결국 인간은 운명적 존재라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해도 인간의 삶이란 도무지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생이 뒤바뀐 엘리엇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어나가려 애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20분씩 열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그가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극복해낼 수는 없는 것이다.

 

3. 김영탁 '곰탕 1'

“반전의 반전을 따라가며 마지막 문장까지 정신없이 읽고 나면, 한 인간이 가진 ‘그리움’이 어떤 일을 감행하게 하는지,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김영탁 감독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을 추적하며, '곰탕'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우려내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흔을 눈앞에 둔 어느 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곰탕을 먹으며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때로 돌아가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간 여행’을 떠올렸다는 김영탁 감독은 그 뒤로 40여 일 동안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소설 '곰탕'을 쓰는 일에만 매달렸다. 

몇 번의 쓰나미 이후 2063년의 부산은 안전한 윗동네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랫동네 두 형태의 터전으로 나뉜다. 어릴 때 기억이라곤 고아원 생활이 전부이며, 자라서는 식당 주방 보조로 살아가고 있는 우환에게 큰 금액을 보장하는 제안이 들어온다.

 ‘곰탕 맛을 배워와라.’ 시간 여행 상품이 개발되었지만, 살아서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에 곧, 죽을 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환은 목숨을 건 생애 첫 여행을 감행한다. 돈이 욕심나서가 아니었다. “이렇게 사나, 그렇게 죽으나” 다를 게 없는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에서 우환은 타인들의 현재에 도달하게 된다. 우환의 도착 이후 2019년의 부산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누구나 아는 것이 곰탕의 맛이지만, 그것이 단 하나의 맛은 아니듯. 이제 독자들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특별한 방식의 소설 '곰탕'의 맛을 누리게 될 것이다.

 

 

4.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노인으로 태어나 소년으로 늙어 간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서 영감을 받은 피츠제럴드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발현했다. 소설 속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70세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운명을 타고난다.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바람에 현실에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지 못하는 벤자민. 주위 사람들은 그를 유별나다고 지적하며, 일반적인 기준에 맞추라고 스트레스를 준다. 벤자민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때라고 여긴 순간은 아기로 태어나 노인으로 늙어 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 나이와 신체 나이가 비슷했던 삶의 중간 지점쯤이었던 것이다.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을 통해 상상 속 ‘거꾸로 흐르는 인생’이나 현실 속 ‘순리대로 지나는 인생’이나 유독 특별하거나 다른 인생은 없다고 말한다.

그 외, 호레이스와 마르샤가 겪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아이러니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머리와 어깨', 색색의 빛깔을 뽐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둘 사라져 가는 컷클라스 그릇과 화려했지만 점차 망가져 가는 인생을 살게 되는 여자 에빌린의 모습을 대비한 '컷클라스 그릇', 주먹을 맞으면서 유명 인사가 되는 매러디스의 이야기 속에 인생을 지배하는 법칙을 깨부수는 순간을 유쾌하게 풀어 낸 '네 개의 주먹'을 이 책에 담았다. 미국 현대 문학의 선구자이자 대표 작가라고 할 수 있는 피츠제럴드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걸작 단편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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