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하고 소극적인 자기규정과 자기평가에서 벗어나기. 자신을 평가하려 하지 않고 공중에 매달린 상태의 불안함 속에 놓아두기. 그런 ‘미결정 상태’야말로 어떤 계기가 생겼을 때 단번에 그것에 매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된다. 안정된 자기규정에서는 그런 추진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자신의 가능성은 자신조차 아직 모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평생 화두다. 학습과 학문의 차이는 뭘까? 더 많은 지식을 넘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공부란 무엇일까? '단단한 지식'은 교토대학 명예교수로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쳐 온 과학자 시인 나가타 가즈히로가 새로운 배움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공부의 본질을 알려 주는 책이다.

사람들은 흔히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공부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하며, 공부해서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저자는 많은 양의 지식보다 가치 있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지력이며, 이 ‘지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공부라고 주장한다.

고등학교까지 학생에게 주어지는 문제에는 대개 답이 있다. 올바른 하나의 답이 존재하며 내가 모르더라도 누군가는 정답을 안다. 하지만 세상에는 올바른 답이 있는 문제가 거의 없고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마지막 교육기관’인 대학의 중대한 역할 중 하나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 실제 사회 사이의 ‘버퍼’(완충지대)가 되는 것이다. 더 넓은 세계를 잠깐이라도 경험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잘라 내지 않는 것, 자기만의 작은 세상에 맞춰 형성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서 해방되는 것 역시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모두가 갖춰야 할 태도다.

대학생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이 책은 저자와 출판사의 예상을 뛰어 넘어 출간 2년 만에 17쇄 이상 발행되며 일본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장년과 노년 세대에까지 공부의 본질을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책에서 저자가 다룬 교육의 현실은 한국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우리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생활 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참고가 된다.

-나가타 가즈히로의 '단단한 지식: 새로운 공부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을 위한 지의 체력 단련법'에서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