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의 하루한줄] 소설도 삶처럼 레이어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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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의 하루한줄] 소설도 삶처럼 레이어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 강선영 기자
  • 승인 2021.03.05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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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지 자신이 열외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제와 연결된 감수성을 갖지 못한 열외자.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역시 그의 문제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문제에 대해 어떤 불의나 분노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은 영원했다'는 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자인 현앨리스의 아들 정웰링턴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약술된 정웰링턴의 궤적 가운데 이 소설에서 주로 다뤄지는 부분은 헤프에서 시작해 헤프에서 끝난 체코 생활이다. 정지돈은 빈약한 사실 사이를 추측과 상상으로 채우고 타임테이블을 뒤섞으면서 정웰링턴을 통해 생각한다.

희미한 족적만을 남긴 존재가 이어가는 소설적 현실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상하게 슬프고 웃긴데 신기하게도 따뜻하다. 이것이 추천사에서 학자 김수환이 이야기한 ‘인간다움’일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들은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부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유능함이 자신을 증명하는 종류의 능력이라면 불능은 세계를 증명하는 능력이다.” 시대와 세계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불능자’ 정웰링턴의 딜레마를 따라가며 정지돈의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제목은 알렉세이 유르착의 문화연구서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에서 차용한 것이겠다. “우리 시대가 기억하는 가장 가까운 ‘종말’의 체험”인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 붕괴 즈음의 사람들이 살아간 방식을 새롭게 조명해낸, “‘후기’ 사회주의 소비에트의 일상적 삶이 근대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만들어내는 기이한 공명”(김수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서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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