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은 삶의 방향과 방식을 바꾸고, 좋은 책은 삶에 물음표를 던진다.

나는 지금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아주 작았던 나의 아기고양이는 8월이면 2살이 되는데, 내 삶을 아주 많이 바꿔놓았다. 내 고양이를 시작으로 내 삶에 고양이가, 강아지들이, 동물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중에는 인간에 의해 버려지거나, 고통 받고 위협받는 동물들도 많았다.

우리와 함께 가까이 사는 반려동물들부터, 살면서 마주칠 일은 거의 없지만, 인간의 활동에 의해 서식지를 잃고 종의 생존을 위협받는 생명까지도.

나는 무엇인가 하고 싶어졌다.

작은 아기고양이로 시작된 물음표는, 나에게 깊숙이 들어와서 어쩌면 앞으로 내가 갈 방향과 방식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예은
이예은

이 책은, 세계적으로 자연에게 권리를 찾아주자는,

자연을 법인격체로 인정받기 위해 수많은 법정싸움의 사례들과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앞으로도 나아가야할 과제들에 대해 알려주며 물음표를 던진다.

'법인격체'란 법에 의해 특정한 권리능력을 부여받은 실체로서,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또 동물과 자연에게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있고,

지각하는 존재로서 법인격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곧 그들이 각자의 종에 맞는 적합한 환경에서 나고 자라고 살고 죽을 기본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우리가 확정적으로 수용하고 이해하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의 입장에서 법정에 서는 환경운동가들은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찾아주자는 그 관념 하나를 바꾸기 위해 이 순간에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하고 있다. 자연의 권리를 인정해주자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돌이킬 수 없는 소실을 막으려는 노력이자, 재산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흔드는 문제 제기이고, 또한 인간에 의해 위험에 빠진 생명체들에게 생존, 회복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기에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하는 일이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야할 터전을 위한, 결국 인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물방울 하나씩 떨어지는 노력은 때로 부질없어 보이지만,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은 결국 바위를 뚫는다. 물방울로 시작된 자연은 더 크게 우리에게 돌아와 삶이 터전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기에 가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임을 안다.

자연의 권리
자연의 권리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해서 모든 인간 활동을 끝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고 종의 생존을 위협하고, 모든 생명의 터전,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하거나 교정해야 한다. 우리가 적극적인 환경운동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하는 소비와 생활방식이 지구를 파괴하는 일을 가속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지는 않다.

하나의 관념을 바꾸기 위해 앞으로도 일어날 수많은 법정싸움과 판례들, 앞서 행해진 판례들을 보건대 대중의 힘으로 결국 환경을 지켜낸 사례들이 있다. 따라서 환경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결국 퍼즐의 완성에서 중요한 것은 대중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동물, 자연을 사랑하고, 공감하는 마음, 그리고 잘 알고, 그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중.

우리 삶에 던지는 건강한 물음표와 인간 아닌 다른 종, 그리고 자연을 향한 시선과 행보는 결국 우리에게 건강한 삶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알아야하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물음표를 마주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삶을 위해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지구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그런 목소리가 커진다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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