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문영 '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

책은 고조선 시대부터 발해의 통일까지, 우리나라 고대의 역사와 그에 따른 부속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다룬다. 학계 공인의 정사를 뼈대로 삼은 뒤, 정사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때론 선택되고 때론 참고 자료로만 남은 알려지지 않은 역사까지 충실하게 담았다. 각 시대에서 오해하고 있거나 잘 모르는 일화들, 또는 잘 알고 있다 해도 그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단군 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이라는 국가가 세워졌으며, 환인의 아들 환웅이 신단수에 내려와 곰이 변한 여인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마치 정통 역사학계가 인정한 유일한 이야기인 것처럼 여긴다. 단군은 천여 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가 아사달에 들어가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런 식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 선조가 위대했고, 우리 역사는 늘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이야기한다. 한민족이 대륙을 제패했었고,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사의 갖가지 사건과 사물에 우리 민족의 족적이 남아 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여기에 대항하는 움직임이라 해봐야, 역사의 정설만을 담은 짧고 간결한 역사의 줄거리만을 강조하는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사를 제외한 역사는 전부 사이비라는 것이다.

역사는 한 가지 색깔로 칠해진 단조로운 방이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색깔이 존재하는 다채로움의 빌딩이다. 거짓된 의도에 따라 편파적으로 선택된 사료가 아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사료 모두가 그 빌딩을 구성하는 재료이다. 뼈대와 뼈대 사이, 혹은 알려지지 않은 작은 방 속에 우리 역사의 즐거움과 다채로움이 숨어 있다. 이 책이 역사학의 다채로움을 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2. 송호정, 여호규, 임기환 외 '한국 고대사 1'

1980년대 이후 고대 국가 형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고조선을 비롯해 그 이후 등장하는 부여에서 삼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고대 국가에 대한 이해 폭이 확대되었으며, 특히 정치 체제로서 ‘부部’와 집권 체제에 대한 다채로운 연구가 이어져 왔다. 이런 성과들을 이 책에 집약해 담았다.

근래에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 사이에 역사 분쟁이 적지 않다. 그 분쟁 대상에서 고대사가 결코 빠지지 않는다. 한중 관계에서는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고구려사, 발해사 역사 귀속 문제가 지금도 예민하게 남아 있다. 한일 관계에서는 임나일본부설 논쟁과 같은 고대사 관련 문제가 종종 갈등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국가 간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고대사는 일제 강점기에 식민 사학의 피해를 많이 받은 영역이다. 최근까지도 고조선이나 한군현 문제를 놓고 아직도 비역사적이고 비학술적인 주장들이 횡행하는 이른바 ‘상고사 파동’이 거듭되기도 하는데, 이는 정치적인 입장이 학술을 통제하려는 그릇된 시도들의 영향이다.

고대사는 때로는 과학적 인식보다는 근대 민족의 역사적 연원이라는 정치적 입장이 침투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근대 역사학에서 고대사가 근대 국민 국가들이 지향하는 민족과 국가의 ‘기원’을 다루는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며, 시각적 격차가 큰 오늘에도 ‘고대사는 현대사’라는 말이 유효한 이유다. 그러므로 고대사는 더욱 엄격한 과학적 방법과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한국 고대사 1·2'의 큰 축이 되었다.

 

3. 젊은역사학자모임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

이 책은 '환단고기'를 비롯한 조작된 역사책들의 맹점, 이덕일 등이 사료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방법, ‘고토회복’의 욕망에 들떠 범하고 말았던 어처구니없는 실수들까지, ‘사이비역사학’의 민낯을 철저히 드러낸다. 또 식민사관은 물론 근대적인 역사학의 한계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하며 사실과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성실한 고민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사이비(似而非)역사학이란, 한마디로 “역사인 척 흉내를 내지만 ‘역사’도 ‘학문’도 아닌 가짜”라는 뜻이다. 학문으로서의 함량미달도 문제려니와, 더 나쁜 것은 이들이 의도적으로 사료를 왜곡하고 조작하여 대중을 선동하고, 정치권과 영합하여 학문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덕일을 필두로 한 일단의 ‘사이비역사학자’들은 ‘더 크고 힘센’ 고대국가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고 부추기면서 학계의 연구를 ‘식민사학’으로 매도해왔다. 

더불어 논쟁할 수 있는 ‘학문의 언어’가 아닌 폭력과 선동의 언어를 사용하는 그들에게, 그동안 학계는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대중들에 대한 그들의 악영향이 너무나 크고, 학계의 연구성과를 부정하는 그들의 정치적 힘이 점점 더 노골적인 테러로 변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뭉쳤다. 

 

4. 문성재 '한국 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왜곡'

 이 책에서 주요한 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한국고대사에서 오랫동안 쟁점이 되어 온 패수, 낙랑군, 평양성의 위치 문제와, 요동, 요수 등 지명의 역사와 정확한 위치 문제, 대방군 관련 문제, 갈석궁과 해침설의 미스터리, 일본 식민사학자들의 역사왜곡과 조작,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 문제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담고 있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 동안 다양한 고문, 서체, 장르들을 두루 섭렵한 중국학의 권위자답게 문헌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헌기록만으로는 답안을 얻기 어려울 경우, 그동안 학자들이 대부분 간과해 왔던 제3의 학문과 방법론들을 활용함으로써 “한국고대사의 진실”에 대한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이 책에서 찾아내는 단서들은, 실개천들이 모여서 큰 강을 이루듯이, 하나씩 차례로 합쳐지면서 하나의 결론을 지향한다. 그것은 바로 “고조선(낙랑군)은 요서에 있었다”, “패수는 산해관 인근에 있었다”라는 결론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활용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뭐니 뭐니 해도 지형학, 수문학, 해양학 등, 지난 수억 년 동안 끊임없이 축적되고 검증되어 온 지구과학적 데이터들이다. 저자는 대담하게도 이 과학적 데이터들을 유용한 검증도구로 활용하여 고대사의 의혹들을 해소하고자 시도한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수억 년 동안 축적되어 온 지구과학적 데이터들은 우리가 역사적 진실로 다가서는 과정에서 객관성, 합리성 면에서 역사학, 고고학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정확하다. 그렇기에 지구과학적 데이터들을 토대로 도출해 낸 그의 결론은 그 어떠한 저항도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명쾌하다. 그가 이 책에서 시도한 검증들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는 이 책의 내용들이 아주 잘 보여 주고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이 같은 독특한 접근과 논증은 “역사 연구는 1차 사료나 고고 유물이 있어야 가능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고대사학계의 허를 찌른 셈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