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문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안현심 시인

민족 대명절 설 연휴 뉴스앤북이 안현심 시인을 만났다.

안 시인은 시가 잊혀져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언어로 당찬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는 과정은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영상을 보는 듯하다

언젠간 꽃필 날을 기대하며 순수한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안현심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안현심 시인입니다.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은 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이에요.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었죠.

Q.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신 일이요?

A. 45세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을 때 다들 ‘미쳤다’란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주변에 얘기도 못하고 저만의 10년 계획을 세웠죠.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 했고 계획대로 문학박사가 됐습니다. 지난 2001년 등단해 학업과 시 쓰기를 축으로 삼아 지금까지 왔어요. 지금은 ‘꼭 필요한 길만 걸어야 되겠다’란 생각에 시 창작 강의를 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죠.

Q. 시 창작 강의를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A. 대학 강의 대부분은 시론 중심으로 강의를 하는데 저는 출판현장에서 문학과 함께했던 경험들을 살려 실기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막연하게 문학 이론만 가르치면 시의 본질을 체감하지 못해요. 모두의 작품을 공유하며 같이 고쳐나가는 것이 산교육이라 생각하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저도 같이 배우고 있습니다.

Q. 1990년 격월간 ‘장르’지를 통해 문단 활동을 시작했는데 시인님의 삶에서 시란 무엇인가요?

A 시는 저에겐 땔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존재입니다. 시 없는 제 인생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늦은 나이에 어려운 삶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힘들 일이었지만 시 쓰기를 통해 치유를 받고 상처를 치료했죠. 어떤 말보다도 더 큰 위로가 됐습니다.

Q. 첫 등단 후 14년이 지난 2004년 다시 문단에 들어가셨는데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A. 그 당시 저는 문단 사정도 모르는 새내기였어요. 등한한지 2년 후 갑자기 ‘장르’지가 폐간됐죠. 친정집이 없어져 근본적이 활동 기반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허탈한 마음이 깊어져가고 있을 때 쯤 나태주 시인이 늘 재 등단을 권유했어요. 엄청 혼나고 끌려 다니며 재 등단을 했지만 지금은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죠. 나 시인은 저에게 ‘도반(道伴)’이고 문학의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Q. 시인님에게 시가 다가오는 특별한 시간이 있나요?

A. 제 삶이 그냥 시에요. 저는 시 창작 강의를 통해 ‘시는 쓰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죠. 시와 삶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24시간 시와 함께하며, 사소한 자연 현상마저도 저는 시적으로 보게 됐죠. 문학에 몰두하며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짙어졌네요.

Q. 최근 9번째 시집 ‘남편이 집을 나갔다’를 출간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9번째 시집에 다한 특별한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던 중 한 출판사에서 ‘한국 서정시 100인선’을 계획하고 있단 연락을 받았고 10일도 안 되서 ‘남편이 집을 나갔다’가 세상에 나오게 됐죠. 제 시의 엑기스를 잔뜩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한 마음입니다.

안현심 시인의 '남편이 집을 나갔다'
안현심 시인의 '남편이 집을 나갔다'

Q. 이번 시집의 제목이 ‘남편이 집을 나갔다‘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독자들은 항상 신선한 충격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독특한 제목에 끌립니다. 가 안 좋고 호기심만 유발시키면 죄가 되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남편이 집을 나갔다’란 시를 통해 인간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A. 난해한 시가 각광받는 시대가 오면서 일반 시가 독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시집을 접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서정시 100인’선을 흔쾌히 수락했어요. 식어버린 독자들의 마음에 불을 찾아주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는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Q. 평론가로서의 활동에서 겪는 고충이 있나요?

A. 저는 평론가 등단을 굉장히 어렵게 했어요.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론만 공부하다 보니 어떤 형식으로든 타인의 작품평가를 안 할 수 없었죠. ‘시인보다 평론가를 하는 게 낫다‘란 생각을 하며 운명처럼 시작하게 됐지만 현재 평론가 활동은 활발하게 하지 않아요. 제 인생이 시 쪽으로 치중되고 있기 때문이죠. 평론을 내려놓고 있는 지금 저에게 마지막 하나 남는 게 있다면 그것은 시인이라는 이름입니다.

Q. 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A. 시를 통해 제 삶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요. 시 쓰기는 저만의 수행 방법이죠. 수행의 방법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종교인들은 종교를 통해 일정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저도 시를 삶과 일치시키겠단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다면?

A. 김명아 시인, 박진용 아동 문학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두 사람은 문단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데 좋은 작품을 많이 써내고 있죠.

Q. 이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 저는 시를 통해 ‘삶은 아름다운 것’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하루 빨리 일상을 되찾길 소망하고 있죠. 평소처럼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며 여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안현심 시인은 1990년 격월간 ‘장르’지를 통해 등단한 한 뒤 2004년 계간 ‘불교문예’로 재등단했다.

지난 2010년 ‘유심’사에 문학평론이 당선돼 문학평론가로서의 활동도 전개했다.

안 시인은 진안문학상, 풀꽃문학젊은시인상, 한성기문학상, 대전시평생교육진흥유공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한남대평생교육원, 대전시민대학에서 시 창작을 강의를 하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송영두 기자와 안 시인
송영두 기자와 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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