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인현 '클래식 클라스 Classic Class'

저자는 몰라도 되지만 즐기는 데 약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하기로 했다. 어려운 이론이나 역사는 전혀 없다. 그냥 이 곡을 작곡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곡을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 본인이 이 곡을 들었을 때의 상황과 감정을 같이 이야기한다.

사랑, 세상, 그림, 인생이라는 주제로 소개하는 26곡을 꼭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듣는 데 약간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인현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부분도 흥미롭다. 어떤 기분에서 클래식을 들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것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유학 시절의 어려웠던 점, 부모님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까지. 음악은 기교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저자의 말대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헤드뱅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민은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5'

클래식 음악이 ‘난처’했던 사람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 입문서이다. 특히 이번에 발간된 5권은 음악사에서 손꼽히는 두 명의 피아노 음악가 쇼팽과 리스트의 일생과 작품을 담아냈다. 쇼팽과 리스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피아노의 모든 것을 하나씩 파헤치다 보면 피아노 음악이 더 이상 똑같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피아노라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두 사람의 일생을 교차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쇼팽과 리스트는 여러모로 같은 점도 많았지만 그런 만큼 다른 점도 많았다. 몸이 약하고 보수적이었던 쇼팽과 힘이 넘치고 진보적이었던 리스트는 완전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다. 5권에서는 두 음악가가 성장하는 과정을 짚으면서 피아노의 발명부터 시작해 피아노 음악의 요소들을 하나씩 친절하게 설명한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많은 곡들, 쇼팽과 리스트의 피아노 연습곡에 담긴 철학까지 작가만의 관점으로 피아노뿐만 아니라 쇼팽, 리스트의 모든 것을 해설하고 있다.

저자는 두 사람이 활동한 시대에 왜 피아노라는 악기가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문화사적 분석을 통해 책을 시작하며 청년 쇼팽과 리스트가 19세기 파리의 혁명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책을 읽다 보면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이들이 태어나 활동한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거대한 시대의 흐름까지 알게 될 것이다.

 

 

3. 유재후 'LP로 듣는 클래식'

신간 'LP로 듣는 클래식-유재후의 음악이야기'는 반세기 전 LP시대의 명반을 중심으로 클래식 음악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만 LP와는 무관하게 클래식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 아니 관심이 전혀 없었던 독자들에게까지 음악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곡가들의 굴곡진 삶과 작품에 얽힌 다양한 사건들, 그리고 명연주가들의 숨은 이야기들이 영화나 소설, 그리고 유럽에서 오래 살았던 저자의 여행담들과 어우러져 있는데다,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유려한 문장력으로 인해 하나의 재미있는 단편소설집을 읽는 듯하다.

그렇지만 클래식음악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결코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한번 읽고 난 후 책장에 넣어두는 일반 에세이집이 아닌, 음악을 들을 때 항상 가까이 두고 싶게 만드는 정통 음악해설집이며, 클래식 입문자에게 뿐 아니라 본격 에세이집을 원하는 음악애호가들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는 클래식 음악이야기 책이다.

저자는 서울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외환은행에 입행, 파리 지점장, 경영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은퇴 후 클래식 음악 관련 글쓰기, 강연 등을 하는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4. 김문경 '클래식 vs 클래식'

저자는 어렸을 적, 어깨 너머로 듣게 된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을 통해 피아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취미로 시작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갈고 닦아 2020년, 직접 연주부터 편곡과 녹음까지 참여한 피아노 연주 음반 'Notturno'를 발표해 연주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해박한 지식과 함께 직접 연주자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해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에 이제 막 입문했는데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할지 잘 모르는 독자, 귀에 익은 음악을 찾아 들으며 감상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데 조금 더 ‘음악적’으로 클래식을 접해볼 방법을 고민하는 독자, 곡이나 작곡가 주변의 잡다한 에피소드 이야기로 구성된 책에 지친 독자들에게 이 책은 클래식 음악 감상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음악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그동안 우리가 익히 들어온 작곡가의 에피소드나 곡에 담긴 사연들 같은 음악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 음악에 담긴 작곡가의 생각과 음악적 이야기를 다른 작곡가의 음악과 비교해 설명하는 그의 독특한 해설은 클래식 음악깨나 듣는다고 자부하던 사람들도 귀가 틔는 경험을 할 정도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에서 독주자가 등장하는 방식을 “마블 히어로나 슈퍼맨처럼 화려한 액션을 펼치며 등장한다”라고 하거나 이와 비교해 슈만 '피아노 협주곡'에서 독주자가 등장하는 도입부를 “비극적 영웅 같다”라고 하는 부분은 신선하고, 클래식 음악이 우아하고 고상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비교하며 호러영화 같은 ‘오싹한 공포’를 선사한다. “좀비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으스스한 공포물 클래식”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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