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거는 제법 수수께끼 같은 한 인물을 자기가 타고 있는 버스 안에서 공교롭게 맞닥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연이 소설 전반을 가득 수놓는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멋쟁이 중 단연코 최고인 어느 친구의 조언을 매우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고 있는 이 신비로운 인물과 다시 조우하게 될 것이다. 고귀한 행복감에 젖어 소설가 모씨가 한 글자 한 글자 새겨넣은 힘찬 필치에서 뿜어나오는 매력과 감동이 작품 전반에 흘러넘친다"

 

1947년 레몽 크노가 발표한 현대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역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한 젊은이를 우연히 버스와 광장에서 두 번 마주친다는 일화를 바흐의 푸가기법에 착안해 99가지 문체로 거듭 변주해낸 연작. 다양한 문체가 지닌 잠재성과 혁명적인 힘을 보여주는 책. 한국어판에는 99가지 문체가 담긴 원서 이외에 플레이드판에서 차후에 작가가 더 수행한 문체 연작에서 뽑아낸 10편을 더하여, 각 편마다 원문과 더불어 상세한 해설을 실었다

'차례'에서 보다시피, 문체가 뿜어내는 놀라운 변용과 변신의 힘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재미를 동시에 맛보게 한다. 또한 글쓰기라는 것이 문체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쓰는 이로 하여금 몸소 이 책에 구현된 문체들을 따라가며 그 잠재력과 상상력의 체급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에서 가져왔다고 하는 1947년 원서 초판 띠지에 실린 문구 “사람은 글을 쓸수록 달필가가 된다”는 말은, 이 책의 막강한 자장하에 이제 레몽 크노의 말로 자리매김되었을 정도다. 영문판은 유명 작가들의 수려한 번역으로 널리 이름난 바버라 라이트가, 세르비아어판은 슬라브어권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다닐로 키슈가, 독일어판은 그의 이름을 딴 상이 있을 정도로 쟁쟁한 번역가이자 문인이었던 오이겐 헬름레가, 

또한 체코어판은 독창적인 작품 창작과 특출한 번역가로 이름난 파트리크 오우르제드니크가 옮겼다. 이처럼 세기의 번역가-작가의 지성과 영혼에 불을 놓았던 이 책 '문체 연습'의 한국어판 출간은 한국 내 번역문학사에도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각 언어권마다 도전과 창작에 가까운 의지와 배반 없이는 누구도 쉬이 손대지 못할 것이라며 번역 불가능 논의가 수차례 있어온, 문학사 속의 유별난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까지 3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조재룡 번역가는 이번 한국어판에서 각 문체에 구현된 크노의 99가지 아이디어에 대한 주해를 달고, 이에 더하여 크노가 후기에 행한 몇 편의 문체 연습에서 재밌고 흥미로운 10가지 문체를 추가로 뽑아 부록으로 실었다. 이로써 독자로 하여금 문체의 무한한 잠재적 영토를 상상해볼 수 있게끔 몇 개의 손잡이를 더 달아준 셈이다.

-레몽 크노의 '문체연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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