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
이우진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급격한 고도성장은 한국인의 기질적인 부지런함과 도전정신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을 경쟁상대로 두고 일본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둔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화를 이룬 일본의 경제와 사회발전의 과정에서 많은 것을 벤치마킹하여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산업화와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고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일본을 앞서는 성취를 이루었지만, 아쉽게도 일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 또한 한국사회에 고스란히 전해지게 되었고, 그 중에서 인구감소화 고령화에 의한 사회문제는 오히려 일본보다 더 빠르게 한국 미래사회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2차대전 이후 폭발적 인구증가가 이루어진 일본의 단카이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일본은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아 일본의 단카이 세대보다 10년 정도 차이를 두고 만들어진 베이비붐 세대에 의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가 되었다.

이미 한국은 2017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였고, 2026년에는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하게 된다고 하며 이러한 추세로 가면 2060년에는 전체 인구의 40%가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최근의 출생률 감소추세를 반영한다면 2060년이 되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노인의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법은 현실적인 대안이며 실제 이를 위한 제도개선과 기업의 퇴직연령 조정이 조금씩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인간의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술 발전에 의해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이 감소하고 보편적 의료복지혜택을 통해 삶의 질이 좋아지면서 인간의 수명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현재 선진국 기준으로 평균 80세를 넘기게 되었고 앞으로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는 평균수명이 100세가 되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최근 UN은 연령구분을 65세까지를 청년, 79세까지를 중년, 99세까지를 노년, 그리고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으로 새롭게 구분하였는데 단순히 수명의 증가만 본다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제적 문제를 고려한다면 과연 수명의 증가가 축복으로만 발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100세 쇼크
100세 쇼크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중요한 요소를 추려보자면 돈, 건강, 가족, 일, 여가, 관계 등이 있을 것이다. 이들 요소는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고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아쉽게도 삶이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를 제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한 중산층 직장인이 60세에 은퇴를 하고도 산술적으로 40년 동안 경제생활이 필요하게 되는 상황에서 은퇴 이후의 경제적 문제해결을 위해 어떠 준비를 해야 하는지 실제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과거엔 자식농사가 노후준비의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자식을 낳고 키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뒷바라지를 한 후 남은 노후를 자식에게 의지하던 시대에는 개인이 별도로 노후준비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었는데, 이는 평균수명이 60세 정도 되었을 시절이었고 자식세대는 고도경제성장 하에서 부모를 공양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 성장시대 속에서 윗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를 누릴 수 없게 된 우리는 과거처럼 자식세대에게 노후를 의존할 수도 없고 의존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결국 청년기간동안 생산적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일부를 저축하여 노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세대와 상관없이 지금부터 노년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예상되는 노후기간과 희망하는 노후생활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노후생활 기간은 은퇴시점부터 70세까지를 노후생활 1기, 80세까지를 2기, 80세 이후를 3기로 구분하고 각 기간별로 예상되는 생활비 수준을 산정한 후 현재 자산의 현금흐름과 노후를 위한 적립금 규모를 파악해 보고 예상되는 자금보다 부족한 경우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지만 인구구조의 변화와 수명의 증가로 볼 때 부동산을 통한 현금흐름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지만,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거나 임대소득이 발생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변화시키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직장인이라면 3대 연금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외 개인연금 가입은 필수이며 가입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연금만으로 노후를 설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아쉽지만 근로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적은 보수의 일자리를 통해서라도 근로기간을 늘리면서 연금 수급시점을 좀 더 늦게 시작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60세 이후에도 노동이 필요한 현실은 안타깝지만, 다행히 수명이 증가되면서 우리의 건강상태가 과거에 비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60대는 현재 베이비 붐 세대의 50대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활동이 가능하므로 나이에 얽매여 현실을 비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일을 지속한다면 재무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일을 통해 건강관리가 가능해지고 대인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여가시간이 생기는 긍정적 효과도 있기에 근로수익 수준에 상관없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며, 경제적 자유가 생겨 노후에 노동이 필요하지 않는 운 좋은(?) 이들에게도 일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득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고 사람과의 만남이 자연스레 이루어져 관계 형성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유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가 재앙이 아닌 행복이 되기 위해서는 돈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많은 부분을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지 못하고 병원에서 보내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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