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남극 대륙은 늘 얼음으로 덮여 있는 차가운 대륙이다. 그 이미지는 대체로 옳다고 볼 수 있지만, 남극 대륙이 차가운 것만은 아니다. 가령 남극 로스섬에 있는 미국 맥머도 기지 주변의 에레버스화산, 남극반도 근처의 디셉션섬은 최근에 활동한 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또한 한국의 장보고 기지가 있는 테라노바 베이 근처 멜버른산도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남극 대륙의 빙원 아래에도 아직 인류가 감지하지 못한 수많은 활화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야말로 얼음 속에 불이 들어 있는 셈이다."

 

남극권 중앙 해령 최초의 열수(熱水) 분출구, 열수 생태계를 구성하는 신종 열수 생물, 빙하기‒간빙기 순환 증거, 여기에 판구조론 30년 역사를 뒤흔드는 새로운 ‘남극‒질란디아 맨틀’까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인 박숭현 박사가 그의 연구팀과 함께 다년 간 발견해낸 성과들이다. 

여기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세계 최초’라고 하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박숭현 박사의 연구 동료이자 하버드대학교 지구행성학과의 교수인 찰스 랭뮤어(Charles H. Langmuir) 교수와 함께, 그는 지금 전 세계의 지구과학자들이 주목하는 화제의 인물이다. 25년 동안 25회, 우연한 계기로 참여하게 된 온누리호 해양 탐사를 시작으로, 그는 매년 꼬박꼬박 배에 타고 탐사를 나가고 있다. 그의 반평생은 바다와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박숭현 박사이지만, 대학교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이렇게 반평생을 바다와 함께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암석학에서 지질해양학으로, 고해양학으로, 또 중앙 해령으로. 마치 바다의 조류가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관심사를 옮겨온 궤적은, 돌아보면 어떠한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가 있었던 것만 같다. 첫 탐사의 회상에서부터 바다와 지구에 얽힌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그가 반평생의 탐사와 연구를 돌아보며 펴낸 첫 책 '남극이 부른다'에는 이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앞으로 과학자가 될지”조차 고민하고 있던 젊은 청년을 평생토록 바다에 매어 놓은 ‘먼 북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저자가 책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폭의 대양과 같다. 때로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태평양처럼, 때로는 사납게 넘실거리는 북극해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 한다. 혹자에게는 여느 사람으로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하고 흥미진진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통로가, 혹자에게는 대양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참조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책이다.

-박숭현의 '남극이 부른다'에서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