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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월로 시인
윤월로 시인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 속에서 뉴스앤북이 윤월로 시인을 만났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윤 시인은 “괜찮다”고 말은 편하게 해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우울감에 사로잡히기보다 너무나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생생하고 활기찬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삶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고 있는 윤월로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지난 1987년 '시와 시론'을 통해 등단한 뒤 오랜 시간 시를 쓰고 계신데 문학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저에게 문학은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일기를 쓰고, 재미있는 책이 생기면 읽었어요. 중학생이 된 후에는 도서실에서 많은 책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어 놀랐죠.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보니 도서위원이 됐고 대학 졸업 때까지 도서위원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읽고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제 일상이 됐죠.

Q. 평소 시를 어떤 자세로 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원래 건강하지 못한 체질로 태어나 공부도 문학도 노력형은 아니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에도 순응하며 살아와 따로 문학을 공부하려는 생각은 못했어요. 같은 맥락에서 시 역시 ‘쓴다’라는 개념보다는 ‘낳는다’라고 생각하며 시를 쓰고 있죠.

Q.시의 재료가 다가오는 시인님만의 특별한 시간이 있다면?

A. 단연코 세상이 어둠에 묻힌 깊은 밤 시간입니다. 한 소금 자고 일어나면 우수수 많은 생각들이 깨어나고, 활발히 활동하면서 그 생각들이 정돈돼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겠지만 저는 특별히 제 이름에 의미를 두어 시재가 다가오는 시간이 달이 환한 어둔 밤이라고 말하고 싶죠.

Q. 등단하기 전부터 시집 ‘나무 오른편에서’를 출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어렸을 적 교사이던 친정아버지는 어느 곳으로 이사를 가던 화단을 잘 가꿨어요. 그 속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레 제 안에 시상이 형성됐고, 중학교 때부터 떠오르는 시들을 문자로 옮기기 시작했죠. 대학 졸업 후 교직에 나와 쓴 시를 모아두게 됐는데 결혼한 지 9년 되던 해에 출판사를 하는 남편의 친구가 모아 둔 시를 책으로 묶어줬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딸 둘을 낳고 시모님과 남편의 바람이던 아들을 낳은 일이 기폭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Q. 최근 시집 ‘느티빛 옷을 입다’를 출간하셨는데 시집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요?

A. 지난 2013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난소암 3기를 지나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요. 큰 고통을 느끼던 중 유일하게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는 일은 모든 통증과 부작용을 견딜 수 있는 시간임을 알게 됐죠. 2018년 시집‘가을답장’은 그러한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몸부림치듯 써온 투병일기였고, ‘느티빛 옷을 입다’는 그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시집 속에 투병 생활, 자연 이야기가 왜 많은지 이제야 알겠네요.

A.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난 8년은 온통 투병으로 점철된 시간들이었습니다. 병이 발견되면서 40년 가깝게 살던 서구 괴정동에서 둘째의 직장을 따라 유성구 어은동으로 주거를 옮기게 됐어요.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요양지 같은 느낌을 받았죠. 두 대학캠퍼스와 산이면 산, 공원이면 공원, 강물을 연상케 하는 갑천까지, 천혜의 자연 속에서 우러난 시편들입니다.

Q. 제 5장 ‘물의 노래’에서는 코로나19를 주제로 시를 쓰셨던데요.

A. 시집을 출간한 시점이 지난 해 7월이었는데 그때까지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어요. ‘이런 시절도 있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로나19를 주재로 한 시들을 넣었습니다.

Q. 시집 속 삽화는 직접 촬영하신 건가요?

A. 요즘 핸드폰은 전문 카메라 못지않게 좋아서 '사진놀이'가 재미있더라고요. SNS를 통해 인터넷친구들과 ‘어은동 살기’를 주재로 소통하면서 그날그날 산책 중에 찍어 올린 사진들 중에서 선택해본 것들이죠. 주변의 장면들이어서 직접 찍어 저로서는 더욱 친근한 느낌입니다.

Q.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A.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감정들을 시로 쓴 책이지만 독자들에게 다가가 삶의 위로가 됐으면 좋겠단 마음이었어요. 저와 같은 환우들에게 희망이나 기쁨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집의 제목으로 한 ‘느티빛 옷을 입다’와 주변의 문우들이 좋아해 준 ‘벤치’, ‘간극’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때로는
꽃과 꽃의 사이
살부비며
사랑도 미움도 주고받는

가끔은
나무와 나무의 간격 
슬픈 눈빛 들키거나
기쁨의 웃음소리 들리는 

오늘 그대와 나

별과 별의 거리
보일듯 말듯 멀어도
반짝이는 마음까지 
다 보여

윤월로 시인 '간극'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다면?

A. 강표성 수필가를 추천합니다. 지난여름 대전여성문학회 제15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일하고 있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닌 여성문학인이죠. 글을 아주 맛깔나게 잘 써요.

Q. 2021년 신축년 작품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A. 2017년 네 번째 수필집 ‘고마운 일상’이 나온 후 4년이 지났네요. 2021년에는 그동안 모아 둔 수필들에게 새 집을 마련해주는데 집중할까 합니다.

Q.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A. 제가 1번으로 아끼는 대전여성문학회의 활동이 코로나로 위축되어있는데 올해는 좀 원활해졌으면 좋겠어요. 새해에는 위에서 얘기한 다섯 번째 수필집 펴내기와 항암에서 해방되어 활기차게 살기를 꿈꾸고 있죠.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시인 윤월로(尹月老)는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태어나 강경에서 자랐다.

공주교육대학 졸업한 뒤 중등교사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어 대전여자고등학교,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등에서 30여 년간 교편을 잡았다.

지난 1981 등단해 새여울, 동시대, 시상문학회, 대전문인협회, 대전여성문학회, 대전수필문학회, 대전시인협회, 국제PEN, 대전PEN 등 각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 이사, 감사·부회장, 문학동인회 동시대 시상문학회 회장, 대전여성문학회 회장, 대전수필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윤 시인의 저서로는 시집 ‘나무 오른편에서’. ‘임’, ‘생각나셔요, 아버지’, ‘삶의 소묘’, ‘진주가 되고 싶은 날’, ‘꽃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오늘, 그 축복의 노래’, ‘가을답장’, ‘느티빛 옷을 입다’, 시선집 ‘밤의 정화’, 신앙시집 ‘함께 있어’, 수필집 ‘안단테로 걷는 산책길’, ‘머루헌의 누운 향나무’, ‘활짝 피어라, 노랑장미’, ‘고마운 일상’이 있다.

송영두 기자와 윤 시인
송영두 기자와 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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