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시간, 경제적 여유는 그저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 키우느라 건강 돌볼 틈이 없다고 하면 “밥은 밥통이, 빨래는 세탁기, 설거지는 식기세척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다 키워주는데 무슨 엄살이냐.”는 식의 반응은 지금도 여전하다. 게으른 변명처럼 치부되는 것이다. 반대로 운동을 하겠다는 엄마들에게는 “애 다 키워놓고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 돌아온다. 대체 어쩌라고."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는 사회가 부여한 가짜 엄마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자 했던 한 개인의 성장기와 더불어, 위태롭고 불안한 우리 사회의 기혼 유자녀 여성, 특히 경력단절여성의 소수자성을 담아냈다. 

“약자성에 머무르지 않고 교차성”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 “엄마로 살아온 모든 시간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날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우리들 각자의 노력이 변화를 이끄는데 기여했으리라는 긍정도 중요하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을 통해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돌봄을 사회적 의제로 전환하고, 착취와 차별, 혐오를 넘어선 사회를 위한 연대를 제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를 기르는 육아에서, 나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육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찾아왔다. 엄마 정체성을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그렇게 엄마가 되고난 뒤 처음으로 여행길에 나섰다. 늘 꿈꿔왔던 곳, 히말라야.

더 많은 엄마들, 여성들, 약자들이 세상에 나와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모두가 발화의 주체가 될 때 우리 생이 더 다채로워지리라 믿는다. 투쟁은, 글쓰기는 계속되리라.

-백운희의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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