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웃음 나도 좋아해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비(非)등단자로 올해 제39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으며 문학계 큰 화제가 됐던 이기리 시인의 첫 시집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민음사)’가 출간됐다. 

이기리 시인의 당선 시집이자 첫 시집인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는 웃음과 즐거움을 전달하는 듯한 제목과 달리 초반부 시에는 차마 웃을 수 없는 어린 화자의 상황이 등장한다. 이 화자들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향한 교실 안의 폭력과 차가운 현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어느새 교실 문 너머 몰린 무리들이 입을 가리고 키득거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입꼬리들이 나를 천장까지 잡아당기는 기분

어때? 재밌지? 재밌지?’

시 ‘구겨진 교실’ 속 어린 화자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다. 피해 학생을 괴롭히며 잔인하게 웃는 아이들의 입꼬리는 웃음이지만 섬뜩한 느낌을 전한다.

또, 시 ‘유리 온실’에서는 수많은 등장인물을 없앤 뒤 마치 유리 온실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숲에 혼자 남기도 한다. 그런 화자에게도 ‘너’라고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나 화자는 끝내 ‘너’의 웃음을 알 수 없고 ‘너’가 듣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다.

김수영문학상 심사를 맡았던 김언 시인은 “이 시집의 결정적인 매력은 이상한 균형감에서 나온다”며 “정직하되 거칠지 않고, 섬세하되 나약하지 않은 정서에서 올라오는 언어는 어두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밝으면서도 슬픔을 놓지 않는 이상한 풍경 앞으로 끌고 간다”고 평했다.

한편,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이기리 시인은 1981년 김수영문학상 제정 이후 처음으로 비등단자 수상자로 선정되며 문학계에 큰 울림을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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