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문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상동규 시인
상동규 시인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은 12월 마지막 주 뉴스앤북이 상동규 시인을 만났다.

상 시인은 대전생활과학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인성 및 예절의 중요성과 효행실천 교육에 앞장선다.

또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데 주역으로 참여하며 지역과 학교 특성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진심이 담겨있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생활과학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 인성창의부장을 맡고 있는 상동규입니다.

Q. 시인님께서 아이들의 인성 및 문화수준을 함양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가요?

A. 매년 아이들의 글을 책으로 엮어 출간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가 특성화고등학교다 보니까 학생들이 책이나 문학적인 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수업시간 중 수행평가란 기회를 통해 아이들의 글쓰기 지도를 이어가고 있죠. 자신의 글이 책으로 나올 수 있다는 꿈과 끼를 예쁘고 튼튼하게 가꿔주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의 글을 책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A. 교직생활을 오래 하다보니까 가정에서 소외받고 무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그 친구들을 외면할 수 없었죠. 그래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실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출간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저희 학교의 교육 모토가 ‘인성이 바른 창의적인 기능인 양성’이에요. 제가 교장선생님께 남은 교직생활동안 글쓰기를 통해 아름다운 마음을 교육시키고 싶다고 말했고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Q. 수행평가를 통한 글쓰기 교육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네요.

A. 그렇죠. 막연하게 학생들에게 글을 써오라고 하면 뭔지도 모르고 잘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을 통해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어요. 저희 학교가 남녀공학이 된지 얼마 안됐는데 남학생들만 있을 때엔 큰 관심이 없었죠. 하지만 여학생들이 편성되고 적극적으로 글쓰기를 하다보니까 남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더라고요. 자기가 썼던 글이 출판물로 세상에 나온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여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셨는데, 자연스럽게 시집에 포함된 시들 중 여성 비율이 높나요?

A. 잘 쓰지 못한 글들은 책으로 내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성된 작품들을 선별하고 있어요. 남학생, 여학생들의 비율은 따로 따지지는 않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위주로 시집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 친구들과 있던 이야기들을 솔직담백하게 잘 전달해요. 오히려 독자들의 취향을 고려하는 기성작가들의 글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죠.

Q. 학생들의 글을 책으로 엮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A. 아이들의 독서교육이 가정부터 시작해 초등, 중등, 고등학생까지 쭉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학생, 고등학생만 되면 책을 너무 안 읽어요.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돼서 학생들이 긴 문장들을 싫어하고 짧은 글을 선호하죠. 또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문자 매체를 떠나 유튜브 등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다보니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하는 부분이 지도하는 입장에서 조금은 힘듭니다.

Q. 학생들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A. 임현빈 학생의 ‘나는 희망을 꿈꾸는 실패한 열아홉 살입니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공부를 굉장히 싫어하고 운동만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 떠들고 자는 게 일이였죠. 하지만 이 아이에겐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학생이 성공을 꿈꾸며 허송세월로 보낸 시간들에 대한 후회를 글로 썼어요. 그게 제 마음에 너무 와 닿았죠.

십대의 마지막을 걷고 있다

나는 열하홉 살 나의 십대는 실패였다

공부도 안 하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열아홉 살

나는 바보일 뿐 아는 건 노는 것밖에 없다

 

거울 속엔 내 모습이 없다

나는 이제 뭘 해야할까?

나는 뭘 했을까?

나는 뭐가 될까?

 

불안과 초조함이 나를 감싸 안는다

두렵다 실패한 나의 모습과 미래가

하지만 난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를 경험한다

난 실패를 겪었으니 성공만 남았다

십구년의 실패가 나를 성공으로 이끌거야

나는 희망을 꿈꾸는 실패한 열아홉 살이다

-임현빈 학생 ‘나는 실패한 열아홉 살’-

Q. 시인님의 지도 아래 이런 좋은 작품이 완성됐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A. 일단 너무 대견합니다. 아이들이 ‘쓸 말이 없어서 썼는데 이게 작품이 되는구나’란 것을 많이 깨달아요.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삶의 희망, 꿈을 갖길 바라죠. 실제로 자신감이 회복되고 많이 밝아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선생으로서 아주 뿌듯한 마음입니다. 책에 수록된 글 외에도 잘 쓴 학생들이 있는데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도 남아요.

Q. 시인님께서 퇴직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학생들의 글을 책으로 만들겠지만, 퇴직 이후에는 이 활동이 끝나나요?

A. 지금 학교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젊은 국어선생님들이 있어요. 그 선생님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통을 만들어 해마다 책을 출간할 계획이죠. ‘이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 결과물로 시집을 만들어 낸다는 맥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아이들의 책을 만들면서 시인님 자신의 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안하셨나요?

A. 저도 시집, 시조집, 전기문 등을 출간했어요. 작년에는 한문번역집도 냈는데 한문 문집 4권을 번역하다보니까 10년의 시간이 걸렸죠. 현재는 시간이 날 때 마다 경전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문교사 자격증도 있어서 한문번역, 강의 쪽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때문에 한문에 관련된 수필을 내볼까 생각하고 있죠.

Q. 교직생활과 출간활동을 병행하는 부분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A. 사람들이 저에게 어떻게 교직생활을 하며 책을 내냐고 이야기를 해요. 학생들에게 방학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처럼 선생님들의 쉬는 시간이 생기기도 하죠. 하지만 시간이 많아 글을 더 쓸 것이란 생각은 기대감이고 환상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딪히고 생활하면서 써지는 글이 더 많아요. 바쁜 와중에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거죠.

Q. 최근 ‘5인 이상 집합금지’란 코로나19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나요?

A.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는 비대면 수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저희 학교도 시험기간이 끝나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겠죠.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등하교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학생들이 자기만의 공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느껴요. 위기를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고 책을 많이 읽으며 자기계발에 적극적으로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Q. 비대면 수업이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을까요?

A. 학생들이 지금 상황이 기회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겠죠.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우리의 역할이지만 아이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선생님들이 ‘시간이 이렇게 많이 주어졌고 이것을 잘 활용해야지’란 동기부여를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특성화고등학교란 장점을 살려서 학생들이 더 높은 꿈을 실현하길 바라는 맘이죠.

Q.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시인님께서 새해를 맞이하는 목표, 마음가짐이 있나요?

A. 2021년에는 전통문화 속에서 찾아가는 예절교육을 계획하고 있어요. 다들 너무 힘들 것이란 걱정을 하지만 계획은 이미 서 있죠. 1학년들은 경전을 통해, 2학년들은 다도예절, 3학년들은 전통 관·계례식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되면 바빠지겠지만 저희 학교만의 특화된 전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Q.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인해 많은 학교들이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원격으로 수업을 전환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전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해내길 바라는 마음이죠.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고 희망찬 2021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인 프로필

상동규 시인은 대전생활과학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시인, 시조시인으로 1998년 문예사조 시부문 신인상, 아동문예 동시조 문학상, 제8회 정훈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현대동시조, 가람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대관령 감자꽃’, 시조집 ‘수직으로 일어서면 수평으로 눕는 바다’, 전기문 ‘상진의 생애와 사상’, 번역문 ‘國譯 범허정집’, 학생지도 발간 시집 ‘너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뜨는 별, ’나는 희망을 꿈꾸는 실패한 열아홉 살입니다‘가 있다.

송영두 기자와 상 시인
송영두 기자와 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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