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하찬은(필명)씨의 소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작가 하찬은(필명)
작가 하찬은(필명)

마 부장은 그날 이후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어쩐지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화가 줄어들었다. 내 질문에 대답 대신 미소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 부장의 책상에 있던 가족사진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책상의 한 부분이나 마찬가지였던 마 부장의 가족사진은 아마도 책상 속으로 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
 마 부장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건 것은 뜻밖에도 영호 때문이었다.
 “윤 과장, 자네 친구가 대표로 있다는 회사가 ‘DY게임즈’라고 했지?”
 “네, 맞아요. 왜요 부장님?”
 “아니…….”
 마 부장은 말을 얼버무리며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나에게 전했다. 나는 마 부장이 전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DY게임즈 유영호 대표, 숨진 채 발견’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벤츠를 뽑았다고 자랑했던 놈이 아닌가. 헤드라인 밑에 부제목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문구가 있었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 유서는 발견되지 않아’
 제목과 영호의 사진만 보였다. 기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멍한 눈으로 마 부장을 바라봤다. 마 부장도 무슨 말인가 해주고 싶은데 입을 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게 서 있다 문득 종현이가 떠올라 내 스마트폰을 찾았다. 마침 종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진광아! 봤어?”
 “어……, 그래. 나도 지금 막 뉴스보고, 너에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
 “아 정말……, 이게 무슨 일이냐?”
 “…….”
 종현이도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나 역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종현이와 나는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종현이었다.
 “진광아!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어, 그……그래.”
 전화를 끊고 가만히 서 있는 내 어깨에 마 부장의 손길이 와 닿았다. 마 부장은 말없이 내 어깨를 천천히 토닥였다. 나는 순간 ‘나를 위로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위로받고 있는 내 감정을 나는 알 수 없었다. 슬픔인지, 놀람인지, 당황인지, 우울인지 도무지 무슨 감정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더듬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수능이 끝나고 세상을 떠난 호석이가 생각났다. 그때 영호는 분명히 말했었다.
 ‘전국에서도 탑인 애가 왜?’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제 막 성공한 네가 왜?’ 

 일찍 퇴근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마 부장의 말에 나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왔다. 종현이와의 약속 시간은 아직 멀었지만 좀 걷고 싶었다. 나는 걸으며 최근 영호와 통화하면서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이상한 점은 없었다. 오히려 성공한 회사 대표까지 된 놈이 아직도 철이 안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니, 게임회사 대표라 철이 들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나는 한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영호의 이름을 검색하자 십 여 개의 기사가 떴다. 기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최근 게임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DY게임즈’ 유영호 대표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OO일 오전 10시께 DY게임즈 회사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유 대표 소유의 벤츠 차량에서 유 대표가 숨져 있는 것을 이 회사 경비원 A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당시 차량에는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이 있었지만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대표가 최근 게임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었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금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수사 중이다.
 나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눈 주위가 뜨거워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