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노사피엔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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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노사피엔스'를 읽고
  • 전우용 기자
  • 승인 2020.12.0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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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 최재붕 지음
-이우진 대전 연구단지 연구원

인류는 남쪽 원숭이라는 뜻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손을 쓰는 사람이라는 호모 하빌리스,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생각하는 사람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해왔다. 호모 사피엔스는 석기시대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문화와 철학, 신학과 과학에 기반한 인류 문명을 창조해왔고 세대에 걸친 지식 전달을 통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고 사고하는 모든 것들은 수십만년동안 쌓여진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그런데 21세기가 되면서 새로운 인류가 나타났다. 이름하여 포노(PHONO) 사피엔스,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류라는 의미이다. 이들은 과연 미래의 신인류인가? 아니면 어느 저널리스트가 순간적인 아이디어로 창조해낸 의미 없는 표현이며 그저 잠깐동안 사람들의 관심에 오르내렸다가 사라질 사회현상인가?   

이우진
이우진

포노 사피엔스는 거창한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 디지털 문명을 이용하는 젊은 세대를 뜻한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앞으로 인류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상상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 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를 의미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아날로그적 경제, 철학, 사회관계에서 벗어나 디지털화된 인공지능에 기반한 과학문명의 시작에 서 있는 세대를 표현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디지털문명 대중화의 초석이 된 스마트폰이 탄생한지 이제 채 2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고, 그 활용도 또한 지금의 통신, 소셜네트워크, 핀테크, 게임 등의 용도를 벗어나 이젠 기술의 한계를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과거에는 지인들과 좀 더 자주 만나며 그간의 일상을 대화를 통해 공유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면서 눈빛으로 서로를 교감하고 요즘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유추하면서 좀 더 깊은 관계를 가지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을 SNS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단체 SNS 창에 내가 속해 있다면 그 자체가 그들과 함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시간적 제약 없이 언제든지 대화를 시도할 수 있으며 나의 감정은 이모티콘이나 자판의 기호를 적절히 활용하여 표현하고 만일 누군가가 마침표를 여럿 표시하거나 슬픔의 이모티콘을 보낸다면 그것들을 통해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도 해 준다. 개인의 일상은 실시간으로 디지털화 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지만 사생활 침해라기보단 오히려 지인들의 댓글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통해 나와 타인이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스마트폰이 없던 과거에는 쇼핑센터에 들러 필요한 상품을 찾아다니고 직접 만져도 보고 비교도 해 보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하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포즈도 취해보면서 맘에 드는 물건을 찾아 헤맸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지면 좀 더 싸게 파는 상점을 찾아 몇시간이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쇼핑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 구매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원하는 물건을 검색어에 입력하면 수많은 제품들이 나타난다. 제품의 정보는 다양하며 실제로 보지 않아도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동영상을 통해 제품의 형태와 기능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가격 또한 자동으로 비교해 주니 그저 침대에 누워 손가락 클릭 몇 번을 통해 물건이 구매되고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배송업체가 내 집 앞에 물건을 배송해 준다.

적어도 나에게 스마트 폰은 온라인 은행거래, 온라인 구매, SNS, 사진촬영 기능의 정도였지만 이마저도 상당히 편리함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정도의 기능만을 가지고 포노사피엔스라고 불리울 수 있을까?

포노사피엔스
포노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신인류라는 의미로 최초에 쓰여졌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디지털 문명을 태어날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세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기술적 발전에 따라 디지털 기기를 접하게 되는 세대와 달리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지적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많은 것이 디지털화 되어 있었기에 인터넷, SNS, 온라인 구매, 전자화폐 등과 같은 디지털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세대이다. 어찌 보면 지적으로 가장 평등한 세대이면서 가장 민주적인 세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인터넷 기술의 진보로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화 되어 있고 온라인 상에 디지털화된 엄청난 양의 새로운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기에 적어도 정보의 접근성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고 말 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조차 조금의 시간차를 두고 거의 실시간으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상황이다. 개인의 의사표현 방식 또한 과거에 비해 좀 더 자유롭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 받는다. SNS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 나의 생각과 의견을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표현 가능하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도 자유롭게 표현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값비싼 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교육 컨텐츠를 SNS나 온라인을 통해 받을 수 있어 적정한 비용만 지불하면 과거보다 조금 더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이 가능하다. 최근 급속도로 증가한 유투버들이 포노 사피엔스의 평등과 공정에 대한 갈망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유투브 내에서는 돈 많은 부모, 높은 학벌, 뛰어난 외모가 불필요하고 오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경쟁의 조건이며 그 안에는 단순한 성공에의 열망도 필요하지만 삶에 대한 진실성도 담겨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유투브 내 세상이 가장 정정당당한 기준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제품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영향력도 생산자에서 구매자로 이전시키고 있다. 소비자의 성향을 일부 반영하지만 대부분은 기업의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이 생산되고 소비자는 한정된 선택 환경 속에서 제품을 구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직접 필요한 제품 제작을 기업에게 요구하기도 하고 제품의 장단점을 스스로 파악하여 제품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한다. 기업이 제품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팬덤문화로 키울 수 있다면 비용을 들여 제품광고를 할 필요도 없이 소비자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고 아무 대가 없이 광고를 해 주며 소비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 포노 사피엔스 세대의 문화다. 상품의 유통은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을 넘어 온오프라인과 물류가 디지털로 결합되는 새로운 형식으로 발전하며 데이터화 되고 있으며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조차 전자화 되어 지갑 속 현금이 아닌 QR코드 결재시스템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 사용에 거리낌이 없다.

신인류의 탄생은 거창하긴 하지만 세상이 디지털화되고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며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과거의 관습과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로 살다간 디지털 문명화의 세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공지능을 가진 스마트 기기와 인간이 연결되어 인간의 오감이 모두 디지털로 센싱되고 인간의 경험과 사고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빅데이터화 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그들을 정말 새로운 사피엔스 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전우용 기자 yongds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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