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문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김수진 시인
김수진 시인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11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김수진 시인을 만났다.

김 시인은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는 자신의 문학 세계에 잘 부합하는 시세계를 표현하며 삶의 낙관과 희망을 품게 만든다.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는 김수진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김수진 시인입니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께서 일기장을 선물로 주셔서 매일 일기를 쓰게 됐고 그때부터 순간의 기억들을 글로 남기는 습관을 가지게 됐어요. 지금도 수첩을 들고 다니며 항상 메모를 하고 있죠. 저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에 다른 한발을 담고 지내 왔습니다.

Q. 어린 시절부터 글을 써왔는데 등단은 꽤 늦은 나이에 하셨는데?

A. 시인 등단에 대한 꿈은 대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그 당시 대학교 학보에 시를 실은 적도 있었죠. 시간이 지나 지난 2016년 우연한 기회에 대전문학으로 등단해 정식적으로 시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적 호기심이 많아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어요.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생활하고 있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5년 동안 독서 모임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Q. 평소 시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시는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시를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죠. 좋았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순수해지기도 하지만 어른스러워진 내가 살아가는 인생을 완성시키는 작업이기도 해요. 시는 항상 저를 위로해주고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죠. 인생의 에너지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Q. 시인님에게 시가 다가오는 특별한 시점이 있나요?

A. 학창시절 지금 아내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전해지지 않는 마음을 ‘동냥 그릇’이란 책에 일기처럼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혼자 사랑하는 아픈 마음들을 글로 옮기다보니 그것들이 시처럼 변해가고 있었어요. 사랑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내 마음 깊은 곳에 시인 한사람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죠.

김수진 시인이 보관하고 있는 시집 '동냥그릇'
김수진 시인이 보관하고 있는 시집 '동냥그릇'

Q. 최근 출간기념회를 통해 시집 ‘기억이 추억한다’를 출간한 소회가 어떠신가요?

A. 감히 계획하지 못했던 일이 주변의 고마운 분들 덕분에 잘 마무리됐습니다. 대전문인협회 현 회장님, 전 회장님들과 충남대 지도교수님께서 자리를 빛내주셨어요. 또 대전교육감님께서 축사를 해주시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님과 감사님께서도 저를 축하해주기 위해 멀리서 오셨죠. 30년 동안의 기억이 책이 됐고 시집이 탄생한 것을 새 아기가 태어난 것처럼 모두가 축하해주셔서 영광스러운 마음입니다.

Q. 30년이란 긴 시간동안의 추억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나요?

A. 이번 시집은 하나의 주제로 쓴 것이 아니에요. 저의 학창 시절 이야기와 그간의 추억들을 솔직한 표현으로 담았죠. 여기엔 어머님을 떠나보내고 느꼈던 죄송한 마음까지 들어있습니다. 제가 느끼고, 겪었던 일들을 담담히 고백하며 힘들었던 것들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저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죠.

Q. 이번 시집의 제목이 ‘기억이 추억한다’가 된 이유와 시집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요?

A. 추억이 되려면 반드시 기억에 남아있어야만 합니다. 기억은 머리에 남아있는 데이터, 추억은 마음에 새겨지는 의미 있는 정보에요. 기억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모두 저장되어 있는데, 기억이 추억으로 바뀐다는 것은 무척 아름다운 일이죠. 추억에는 언제나 그리움과 아련함이란 여운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추억하고 싶은 고향이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추억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단 바람이 있죠.

Q.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A. 이번 시집 출간일은 11월 11일로 저의 결혼기념일 날짜와 맞췄습니다. 아내와 저에게 좀 더 재미있고 비밀스러운 의미를 남기기 위해 가격도 11,000원으로 책정했어요. 아내에게 시집에서 가장 좋은 시를 한편 뽑으라고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111페이지에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를 뽑았죠. 그래서 제4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가 저에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당신은 세상 사람 중 한 사람이지만

나에게 당신은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나는 당신을 꿈꾸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당신은 밤하늘을 비춰주는 별빛처럼

나에게 당신은 내 가슴 속에서

보석보다도 화려한 은하수랍니다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부자로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풍족한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영원히 살 수 없는 육신이지만

내 마음속에 가장 오래남아 있을 사람입니다

‘기억이 추억한다’ 中 ‘사랑하는 이에게’

Q.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A. 시는 철저히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엔 분명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단 한명이라도 내 시를 읽고 위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시집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론 그 누군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단 맘이 있죠.

Q. 지난 2016년 등단 후 생계와 시 쓰기를 병행하는 부분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전업 문학인으로 사는 게 아니라면 시를 쓴다는 것은 특별한 시간을 내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어떤 장소에서든지 갑작스럽게 생각나는 것을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생계와 시는 나에게는 전혀 다른 영역이에요. 생계와 시 쓰기를 병행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움과 연계되지 않죠. 오히려 마음이 행복지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됩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삶을 풍족하게 해주고 잠시 멈추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죠.

Q.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전자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제가 활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쓰는 느낌 차이에 있어요. 글을 쓰는 느낌의 촉감이란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종이책에 제 생각들을 기록하며 촉감에 의해 글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전자책은 휘발성이란 특성이 있어 단순히 스쳐지나간다는 느낌이죠. 제가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만 굳이 전자책을 보지 않는 이유입니다. 활자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아 앞으로도 계속 고집할 것 같아요.

Q.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이 힘든 상황인데 삶의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A. 독서모임을 대면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한다는 것부터 큰 변화가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는 멈춰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어딘가 한 곳에 머물러 정적인 활동을 해야 하죠. 발상을 전환해 이런 시기를 문학이 더 활성화 될 수 있는 기회로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힘든 때에 문학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깨우쳐야 해요. 그것을 통해 평소 독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 위로를 받는 기회가 생기겠죠.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이 있다면?

A. 저는 지금 영업과 마케팅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과 접점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과 마케터들의 애환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어요. 살아가는 일상을 시로 담아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들을 시로써 공감해주고 싶은 마음이죠.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다면?

A.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을 시로 표현한 ‘업무일지’의 저자 옥빈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매우 창의적이고 시적 표현력이 탁월하죠. 저의 시(詩)세계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Q. 이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 모든 일에는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사람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먼저이려면 그 안에는 반드시 사랑이 들어있어야 해요.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남기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죠.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좋은 기억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김수진 시인은 대전에서 태어나 공주대 화학과, 충남대 경영대학원 마케팅전공 과정을 이수했다.

김 시인은 지난 2016년 대전문인협회 시인으로 등단(대전문학 73호)하면서 문인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주)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 내셔널본부장, 대전문인협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