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문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이병연 시인
이병연 시인

얼음장 같은 바람이 볼을 스치는 11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이병연 시인을 만났다.

이 시인은 가을을 닮은 촉촉한 감성적 언어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는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에도 집중하며 시와 만난다고 말하며 웃음 짓는다.

환하게 웃는 미소에서도 숨길 수 없는 시인의 고뇌와 슬픔이 깊게 베여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어떻게 보면 늦은 나이에 등단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A. 원래는 혼자서 글을 쓰며 모아놓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지인에게 ‘시세계’란 계간지를 받아 남편의 권유로 시 5편을 보내 우연히 등단하게 됐어요. 등단에 대한 깊은 생각은 없었지만 오히려 시가 깊어지는 계기가 됐죠. 어떻게 보면 저에겐 필연적인 일이였다고 느꼈습니다.

Q. 혼자서 느낀 감정들의 집합체인 자신의 시를 세상에 내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A. 나이가 들다보니 세상에 제 시를 내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SNS를 통해 지인들과 시를 공유하는 것이 너무 재밌어요.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신적 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최근 ‘적막은 새로운 길을 낸다’를 출간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A. ‘적막은 새로운 길을 낸다’는 첫 시집 ‘꽃이 보이는 날’을 출간한 뒤 2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입니다. 주로 당진 면천에서 생활하며 썼던 시들을 모아서 출간했어요. 학교 관사에서 생활하는 동안 느꼈던 외로움과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을 글로 풀어냈죠.

Q. 그 외로움, 고립감이 오히려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됐네요?

A. 네 맞아요. 아름다운 자연과 어려운 사회 현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적막은 새로운 길을 낸다’는 어찌 보면 면천이 준 선물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적막한 시간을 사랑으로 함께 한 학교와 자연,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Q.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이번 시집의 표제시인 ‘꿈꾸는 학교’입니다. 저는 1982년부터 교직에 몸을 담아 학교생활과 관련된 시가 많을 수 밖에 없어요. 함께한 아이들, 선생님, 교정의 나무와 꽃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표현했죠.

Q. 아이들, 교정의 나무와 꽃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주실 수 있나요?

A. 면천중 은행나무에 까치집이 하나 있었어요. 어미까치는 새끼에게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주느라 은행나무를 들락거렸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주고 있었죠. 하지만 늦가을이 되자 새끼까치는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날아가 버린 새끼까치를 보니 곧 떠나게 될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슬펐어요. 하지만 적막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냈죠.

Q. 표제시를 방송에서 소개한 적도 있다던데?

A. ‘꿈꾸는 학교’를 대전 국악방송 충남풍류다이어리 ‘시상의 중심’에서 소개해줬습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함께요. 당시 방송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죠. 그리고 면천중 작은 음악회에서 이 시를 낭송한 것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Q. 시집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요?

A. 우리의 삶에는 즐거움만 아니라 역경, 고난이 따라다니죠.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 그런 고통들이 보약이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적막은 피하고 싶은 것이나,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만나게 했어요. 적막함으로 사람이 그리워지고 자연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고 일그러진 것, 구부러진 것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죠. 제 시집에 어려운 환경이나 처지에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 등단 후 첫 시집을 펴내기까지 생계와 시 쓰기를 같이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 같아요.

A. 그동안 써온 시들이 많아 시집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의 수준이 걱정이었지만, 용기 내 시집을 출간했어요. 저에게 시는 어느 순간부터 친구이자 연인이 됐죠.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저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둘도 없는 존재입니다. 늘 옆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못난 놈도 조금 잘난 놈도 함께해요.

Q. 코로나19 이후 일상과 삶의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단 학교에서 원격수업이 시행됐어요. 처음 경험해본 수업 방식에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가 힘들어했죠. 대면에서 오는 소통의 부재가 주는 당황스러움도 있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이들을 만나기 어려운 것도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문학모임 또한 모두 중단됐죠.

Q. 그런 상황 속에서 관계에 대한 부재를 어떻게 이겨냈나요?

A. 어느 해보다 산책을 많이 했습니다. 길을 걸으며 그동안 모르던 꽃과 나무를 많이 만났죠. 그래서 이번 시집에는 자연에 대한 시가 많아요. 자연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참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Q. 코로나19로 모든 분야에서 페러다임의 변화가 있는데 언택트 시대 문학 분야를 전망한다면?

A.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들이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온라인을 통한 문학 작품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던 차에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자 문인들이 비대면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블로그, 카페 운영, SNS 활동을 통한 시 작품 교류뿐만 아니라, 원격 문학 수업, 동영상 강의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화상 문학 모임도 이루어질 거라고 전망해요. 이런 추세로 나가다 보면 국경 없는 문학 모임 시대가 오겠단 생각을 하죠.

Q. 추천해 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나요?

A. 저는 유계자 시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 시인은 세종, 공주, 대전에서 주로 활동하며, 현재 애지문학회 사무국장으로 문학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어요. 2018년 ‘오래오래오래’란 시집을 처음으로 내기도 했죠. 고뇌와 외로움을 극복해 가는 삶의 모습을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표현하여 새로운 서정의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Q. 이외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 시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우연인 듯 인연이 이어진 것 같습니다. 금년도 인문독서주간을 맞이해 이인중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에게 시집 ‘적막은 새로운 길을 낸다’를 선물로 나눠줬어요. 시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고 함께 시를 낭송하고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여전히 기쁜 마음이 남아있죠. 앞으로 아이들, 자연과 함께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이병연 시인은 1959년 공주 봉황동에서 다섯 딸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2016년 계간지 ‘시세계’로 등단했고 시집으로는 2018년 ‘꽃이 보이는 날’, 2020년 ‘적막은 새로운 길을 낸다’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과 한용운 시를 낭독하여 녹음한 일이 있는데, 선생님께 받은 한용운 시집을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으면서 시의 맛에 매료됐다.

그런 일이 인연의 끈이 되었는지 1978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하게 되었고, 대학교 1학년 때 문학동아리에 몸담기도 했다.

문학에 대한 열망이 숨어 있어 대학교 3학년에 『금강문화』란 공주사범대학 교지에 ‘바람소리’란 시를 기고하여 게재되었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공주문인협회 주최 일반부 백일장, 도내여성백일장 대회 등에 입상하기도 했다.

국어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해서 문학 교육에서 시를 즐겨 읽도록 하는데 특히 공을 들였다.

2010년 공주문인협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 쓰는 시간이 많아졌고 시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며, 한국시인협회, 충남시인협회, 세종시마루, 풀꽃시문학회, 애지문학회 등 여러 문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송영두 기자와 이 시인
송영두 기자와 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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