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물들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그친뒤 초겨울날씨로 쌀쌀해진 가운데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가을에 물들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그친뒤 초겨울날씨로 쌀쌀해진 가운데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가을에 물들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그친뒤 초겨울날씨로 쌀쌀해진 가운데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가을에 물들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그친뒤 초겨울날씨로 쌀쌀해진 가운데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가을에 물들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그친뒤 초겨울날씨로 쌀쌀해진 가운데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가을에 물들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그친뒤 초겨울날씨로 쌀쌀해진 가운데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그친뒤 초겨울날씨로 쌀쌀해진 가운데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족의 흔적 -이윤-

가족이 세상으로 출발한 오전의 거실

청소기로 깨워지는 베란다의 꽃봉오리들

지난밤 꽃잎을 살짝 베어 물은 먼지들이

화들짝 놀라 떨어지고

소파 밑에 똘똘 뭉친 덩어리들은

들키지 않기 위해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일찍부터 가족의 온도를 뿜어 낸 식탁의 접시와 그릇들은

가지런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기를 자랑하며 누워 있고

거실 안의 나머지 음표들이 번호표를 끊고 샤워를 준비하는 동안

초대받지 않은 싱크대 밑의 하수구 물기는

떨린 숨을 보이지 않기 위해 깊이 내려앉는다

버려지는 흔적의 외로움을 잊기 위해

청소기의 온도에 맞추어 리모컨의 볼륨을 높이는 동안

소파 위 테이블에 놓인 생살을 깎인 사과 껍데기는

보호 받지 못한 채 먼지로 조금씩 입혀지고 있고

말없이 바라보는 전화기는

누군가 살 부딪혀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가족의 흔적을 지우는 동안

구석진 곳에서는 쌓이고 있다는 것을

온기 잃은 식탁 의자는 알고 있다는 듯

지금의 냉기를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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